송곳 질문으로 사건 실체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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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
◇“의원 끌어내” 증언 신빙성 파고들어
정 재판관은 6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상대로 약 6분간 질문을 쏟아냈다. 곽 전 사령관이 계엄이 진행 중이던 작년 12월 4일 0시 30분쯤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고 정확히 무슨 말을 들었는지를 캐물었다. 끌어내라는 대상이 의원인지, ‘요원(군인)’인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직후부터 야당 의원 유튜브,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 등에 출석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이날 재판에서도 “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게 확실하냐”는 국회 측 질문에 “정확히 맞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 재판관은 “처음에는 사람이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의원이라고 하고, 데리고 나오라고 말했다가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한다. 증언이 혼재돼 있다”며 “생각과 해석을 빼고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말하라”고 지적했다. 곽 전 사령관이 “자수서에 그렇게 (국회의원이라고) 안 썼다”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재차 “들은 이야기를 묻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말은 안 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했다. 결국 ‘의원’을 ‘인원’으로 정정한 것이다.
정 재판관은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탄핵 불붙인 ‘홍장원 메모’ 검증도
지난 4일에는 홍 전 차장이 작성했다는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에 대해 집요하게 검증했다. 이 메모에는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체포 대상자와 ‘검거 요청(위치 추적)’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정 재판관은 대심판정 스크린에 메모를 띄운 뒤, ‘검거 요청’이라고 적은 이유를 물었다.
정 재판관은 “메모에는 위치 추적보다 검거를 요청한 것에 더 주안점을 뒀는데, 검거해 달라고 여 전 사령관이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이미 검거하러 나가 있는데…”라며 “국정원에 (정치인 등을) 체포할 인원이나 여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은 “체포 권한은 없지만, 지원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 재판관은 “(요청이 아닌)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또 홍 전 차장의 다른 메모 내용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정확하게 기재 못 해 죄송하다”고 했다.
◇“동태 파악이 왜 체포로 바뀌었나”
정 재판관은 지난달 23일 탄핵심판의 첫 증인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게 “포고령 위반 위험이 높은 사람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데, 다른 사람들은 체포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한다”며 “그 말이 왜 체포로 바뀌었느냐. 포고령을 위반하면 체포해야 된다고 말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동정을 확인하다 보면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어 예방 차원에서 차단해야 할 것”이라며 “최초부터 혐의도 없는데… 어느 정도 지나야 체포조가 운영되니까…”라며 우물쭈물했다.
한편, 김형두 재판관은 증인들의 증언을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사실상 답변을 거부하자, 김 재판관은 “지시를 따랐는데 기소돼 굉장히 억울하겠다” “증인이 잘못했다고 따지려는 게 아니다”라며 설득했다.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나머지 재판관 6명은 상대적으로 질문보다는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고법원장 등을 거쳐 2023년 12월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2013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2018년 국정 농단 사건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뇌물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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