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서 만나 “10월 경주 APEC회의 참석 고려”
시 주석은 이날 우 의장이 올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방한을 요청하자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시 주석은 작년 11월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감사하다”고만 했었다. 시 주석이 올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에 방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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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왼쪽) 국회의장이 7일 중국 하얼빈 타이양다오(太陽島)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국회의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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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얼빈 타이양다오 호텔에서 진행된 시 주석과 우 의장 회담은 예정된 15분을 넘겨 42분 동안 진행됐다. 우 의장은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맞춰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국가 서열 3위) 초청으로 지난 5일 방중해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에 머물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우 의장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언급하자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한한령이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 중국이 내린 보복 조치로,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우 의장은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드라마·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며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시 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 부분으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우 의장 측은 전했다.
◇한한령 해제 요청에… 시진핑 “문화교류 문제 없어야”
시 주석이 이날 양국 문화 교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은 2017년 이후 한·중 관계 변화에 따라 한국 콘텐츠 봉쇄와 해제를 반복해 왔다. 그런데 이날 시 주석 발언으로 한국산 드라마·게임 등의 중국 수출이 원활해지고 K팝 가수 등의 중국 공연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중국이 한·미·일 밀착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한국의 탄핵 정국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내정 문제”라며 “한국인들이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우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윤석열 정부가 언급을 피해온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언급하며 “관계 발전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후진타오 당시 주석과 수립한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다가 작년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등장했다.
시 주석은 또 “올해는 중국의 항일전쟁(2차 대전) 승리 80주년이자 한국의 광복 80주년으로, 양국은 기념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며 “(양국은) 상호 융합되고 호혜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심화해야 하고, 이는 양국 인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10년 전인 2015년 9월 중국의 70주년 전승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갔다. 중국 국영 CCTV 신원롄보(메인 뉴스)는 시 주석과 우 의장이 맨 앞줄에 서서 연회장에 입장하는 장면과 두 사람의 면담 장면을 보도했다.
이날 시 주석과 우 의장이 앉은 자리 사이에는 극락조화·연꽃·국화·난초 등을 꽂은 화분이 놓여 있었는데, 이 꽃들은 각각 강한 의지(극락조화), 긴장 완화(연꽃), 협력(국화), 존중(난초)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한국에 ‘관계 개선과 협력의 강한 의지’를 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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