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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앵커칼럼 오늘] 진실과 거짓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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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입니다.

전란이 난무하던 일본 헤이안시대, 한 살인 사건을 두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다 다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 헷갈리는군."

도적 다조마루가 한 여인을 범하고, 남편 사무라이도 죽인 사건인데, 도적과 여인, 무녀에 빙의돼 증언하는 죽은 사무라이의 목격담이 일치하지 않은 거죠.

"세 사람 중 누구 얘길 믿는단 거요?"

각자 관점은 다를 수 있고, 자기에게 유리한 점만 말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진실은 하나입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12월 3일 밤 일어났던 일을 놓고 말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광풍이 불 듯 몰아닥칠 때의 말과 어느 정도 바람이 잦아들고 정돈된 상태의 말이 다릅니다.

"싹 다 잡아들이라"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던 증언이 달라졌습니다.

이재명·한동훈이 들어있다던 체포 명단의 존재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내란죄의 핵심 근거고, 국회 탄핵소추가 통과되는 방아쇠였습니다.

헌법재판관의 집요한 질문에, '검거 요청'은 '검거 지원 요청' 으로 바뀌었고, '의원'은 '인원'으로 변했습니다.

국회 봉쇄의 목적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생각은 엇갈렸습니다.

국헌문란의 핵심 근거였던 부분인데,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 사령관을 상대로 '공작'을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에 출연할 때부터 내란죄와 탄핵 공작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2002년 대선' 기억나십니까? 김대업의 병풍(兵風) 사건이 세상을 뒤흔들었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이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김대업을 '의인'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선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요.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던 경향이 빚은 의도적 왜곡 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누가 잘한 일이라고 하겠습니까.

다만 휩쓸리듯, 묻어가듯, 시간 경쟁하듯 결론 내릴 일은 아닙니다.

계엄의 밤에 있었던 사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제대로 진실을 확인해 판단하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2월 7일 앵커칼럼 오늘 '진실과 거짓 사이'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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