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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시진핑, 한국 대접 달라졌다…우원식과 나란히 앉아 42분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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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사진 국회의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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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기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올해 10월이다. 만약 실제로 성사된다면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약 11년 만에 방한한다.

7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太陽島)호텔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외국 정상이 한국 고위급 관계자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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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사진 국회의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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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달라"는 우원식 의장의 요청에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건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화답했다.


의전서열 2위인 한국 국회의장이 시 주석을 단독으로 만난 건 지난 2014년 정의화 의장 이후 11년 만이다. 형식적으로는 정상회담이 아니지만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로 정상외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양국 최고위급의 만남이다.

회담은 당초 15분으로 예정됐지만 이를 훌쩍 넘긴 42분간 이어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양국의 주요 관심사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회담 시간이 길어졌다”며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 간 마지막 만남이었던 지난해 11월 15일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 당시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약 20분간 회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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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우 의장에게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희망한다”며 “특히 저장성 당 서기 시절부터 인구와 면적 등이 비슷하면서도 경제력에서 차이가 나는 한국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측이 요구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과 관련해 “몇 년 전 협조를 지시했다”며 “한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정국 역시 회담 주제로 올랐다. “현재 정국은 불안정하지 않고 한국인의 저력으로 반드시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는 우 의장 설명에 시 주석은 “한국 국민에겐 내정 문제를 잘 해결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과 관련 논의도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우 의장은 "한국에선 중국의 문화 콘텐트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지만 중국에서 한국 문화 콘텐트를 찾기 어렵다"며 "문화 개방을 통해 청년들이 소통하고 우호감정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 주석도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 부분"이라며 "(교류)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한령 해제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양국 관계개선 상황에 따라 완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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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최고위급 소통을 이어갔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 주석이 한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그동안 차가워진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

중국 측도 이번 만남에 신경을 쓴 모양새다. 시 주석과 우 의장은 회담장 앞쪽 좌석에서 서로 밀착했고 여야 의원단 등 양측 인사들은 양쪽에 일렬로 앉았다. 대등한 구조로 회담을 진행하면서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나타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오찬에 우 의장 내외를 초청했다. 이 자리엔 사디르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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