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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사설] 자신 위해 싸우라는 윤석열의 ‘옥중 정치’, 불복 선동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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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상현(왼쪽)·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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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 “우리는 모래알이 돼서는 안 된다”며 당이 본인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을 주문했다. 자기 죄는 군인들에게 뒤집어씌우더니, 여당을 향해선 자신을 위해 싸우라는 ‘지령’을 내리는 모습이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곤궁에 처한 국민들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이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좌파는 강력하게 카르텔을 형성하고 집요하게 싸우지 않느냐”며 이렇게 말했다고 윤 의원이 전했다. 또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기”라며 “좀 더 강력한 자세 견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우리 당에 대한 기대감은 갖고 계시다”고 했다. 자신의 파면을 기정사실화한 조기 대선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탄핵 반대 투쟁’에 집중하라는 요구다.



특히 윤 대통령은 “헌재(탄핵심판 변론)에 나간” 걸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헌재에 나가보니까 이제서야 알겠다. 이런 식으로 너무 곡해가 돼 있고, 그래서 헌재 나간 것이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계속될수록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국회·선관위 침탈, 정치인 체포 지시 등 위헌·위법 행위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여전히 이를 야당의 ‘내란 프레임’에 의한 “곡해”라고 우기며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헌재에서 거짓말과 궤변, 그리고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윤 대통령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국민들이 많은데, 윤 대통령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 같다.



전날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서 철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야당 경고용’이라고 주장하며 “계엄 해제 결의가 나오자마자 (계엄군) 철수를 지시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회 무력화 시도의 핵심 증거인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 문건 역시 윤 대통령이 실무자를 통해 전달했다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국정조사특위에서 거듭 확인했다. “쪽지를 준 적도 없고, 한참 있다가 언론 기사에서 봤다”(1월21일)는 주장과 상충된다.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은 이제 자신의 탄핵 심판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치인 체포 지시를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는 곽종근 전 사령관이 야당과 결탁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동시에 헌재를 향해 ‘곡해’ 운운하며 심판 결과에 불복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국민의힘 지도부에 이어 이날 12·3 내란에 동조하고 있는 윤상현·김민전 의원을 만나는 등 ‘옥중 정치’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 거짓말과 궤변에 이어 분열적 선동을 일삼는 행태를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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