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정상외교 사실상 마비된 한국…美日 정상회담 의제, 철저히 분석해 대미 외교전략 마련해야"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AFP=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외교장관회담 조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하루 만에 이시바 총리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지만 불과 2개월 만에 한일 간 입장이 역전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리더십 부재로 한미 외교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 참석 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추진했으나 성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파나마, 엘살바도로,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를 순방했고 이날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 일정 등을 보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와 요르단 등과 정상외교를 본격화하는 만큼 루비오 장관이 뮌헨안보회의 전 별도 일정을 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추진할 경우 한미 간 밀도 있는 협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통상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양자회담은 30분 내외로 짧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무력(nuclear power) 보유국으로 지칭하면서 비핵화 대신 핵동결·군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한미 정상외교 또는 외교장관회담이 절실한 시점이다.
![]()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6일(현지시간) 도쿄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있는 모습. /AFP=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물밑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과 정상회담을 연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간결한 화법'까지 훈련했다고 한다. 지루한 대화를 참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맞춤형 대화 요령까지 준비했다는 뜻이다.
정상외교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한국으로선 우선 미·일 정상회담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미국과의 외교협상 의제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에 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한일 양국에도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이 자국 산업보호를 목적으로 반도체 등 한일 양국 주력 산업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과정에서 동맹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미·일 정상회담 의제 등은 향후 우리나라의 대미 외교전략을 마련하는 데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안정을 겪는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외교협상을 벌이기 전 가장 눈여겨봐야 할 이슈가 미·일 정상회담"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따라 우리나라 외교대응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 등 겹치는 의제가 많다"며 "한일 양국 모두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로, 일본에 대한 관세 압박 수위 등이 한미 정상회담을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외교당국이 일본 외무성과 협력해 북한 비핵화 등 대북정책 관련 일관된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 북한 견제라는 차원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의 중요성을 부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외교장관회담 조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 AFP=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