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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퇴직연금 400조 증시로? 금융위vs고용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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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퇴직연금 투자 촉진"…고용부는 '안정성' 강조

상반기 중 최종 개선안 발표…진통 예상

뉴시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06.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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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400조 규모 퇴직연금의 증시 투자 촉진 방안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향후 국민연금보다 덩치가 커질 퇴직연금을 증시 장기 투자 재원으로 끌고 와 국민 노후 자산 증대·자본시장 발전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안정성을 강조하며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 보수적이다.

같은날 상반된 목소리 낸 금감원·고용부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퇴직연금 제도 개선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날 금융감독원과 기획재정부가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부각됐다.

우선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공동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유관기관과 전문가, 금융투자업계 등은 퇴직연금을 자본시장에 적극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지의 논의를 나눴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증시가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시장 수급 측면에서 장기 투자 수요 기반이 확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제도를 개선하고 연금자산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패널토론에서 "현재 국민연금은 150조원가량이 국내 증시에 투자되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6조원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40년 국민연금이 15년에 걸쳐 고갈될 때 퇴직연금이 증시에서 국민연금 유출분을 12%밖에 메우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하면 향후 15년 동안 국민연금 유출분의 180%를 채울 수 있다"며 "퇴직연금 운용의 핵심 과제는 수익률 제고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관련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마친 후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근로자들이 2%대의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퇴직연금에 강제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설득 가능한지 등과 관련해 여러 이해관계가 문제가 있었다. 상반기 최종 결론을 내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날 고용노동부는 이와 상반된 입장의 보도자료를 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실적 배당 상품(위험자산) 투자 한도(70%)를 폐지하고 국내 개별 주식에 직접 투자 허용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공식 검토한 바 없다"며 "퇴직연금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령에 규정된 사안으로,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근로자의 후불 임금이자 노후 생활 자금으로서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기본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국내 개별주식 직접투자는 국내 증시 위험도가 높아 개인연금에서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위험 자산 비율 한도인 70%를 대부분 채우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도 폐지는 수익률 개선에 실효적 수단이 아니란 점도 지적했다.

미국 퇴직연금 연 17.4%…국내는 5.3%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투자 촉진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내 증시의 장기 투자 수요 확대와 함께 국민 노후 자산 증대를 위해 수익률을 의미있는 수준까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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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투자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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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에 따르면 미국의 퇴직연금(401K)은 주식형 투자 비중이 86%에 달하며 연간 수익률은 2023년 연간 수익률은 17.4%에 달했다. 같은 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5.3%였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약 432조원 가운데 83%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 들어있다. 17%만이 실적 배당 상품에 들어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 3.7%, 실적 배당 상품이 10.0%다.

금융투자업계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이유가 저수익 원리금 보장 상품 쏠림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주식형 투자 비중은 4.4%,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6조원이 채 안되는 1.6%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를 위해서도 수익률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익률이 낮으면 퇴직연금 의무 가입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비중 확대는 투자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투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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