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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트럼프는 가자에 말할 권리 없다… 우린 죽어도 못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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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 장악’ 구상에 가자 주민들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소유하고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는 당시 미군 파병 가능성까지 거론해 충격을 줬다. 반발은 아랍권 밖으로도 확산 중이다. 영국·프랑스·중국 정부는 5일 “가자지구 주민 강제 퇴거에 반대하며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가의 평화 공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팔레스타인인(人)들은 자신의 땅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트럼프의 구상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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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휴전에 돌입한 뒤 피란 생활을 하던 가자지구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더미를 지나 집으로 향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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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일고 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 의원은 “트럼프는 미국의 가자지구 침공을 원하고, 미군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며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비난했다.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 의원(공화당)까지 “우리 지역구민들은 골치 아픈 문제가 될 미군 가자지구 파병에 흥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발언의 맥락을 봐달라”며 수습에 애쓰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은 5일 “(트럼프는) 사람들이 다시 와 살 수 있도록 잔해를 치우고 파괴된 잔해와 불발탄을 치우겠다는 미국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가자지구에 군대를 투입하거나 세금을 쓰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협상으로 타결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트럼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가자지구 장악 발언’은 생중계 전까지 참모 대부분도 알지 못했다고 CNN은 이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전쟁 종료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미국에 넘길 것이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관련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파병과 관련해서는 “미군은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물러섰다.

그렇다면 가자지구 거주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할까. 5일 모바일 메신저로 만난 가자지구 주민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장악해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구상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가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소개한다.

압둘 알나자르(32) “부동산 개발업자 논리로 쫓아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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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이 땅은 폐허가 됐지만 저에겐 여전히 생명줄과 같아요. 이 땅에서 떠나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매우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 호화로운 리조트를 짓고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그는 이 땅의 역사와 지리를 모르는 듯합니다. 오직 ‘부동산 개발업자’의 논리로만 가자지구를 다루죠.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우리의 땅에서 쫓아내겠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좋지 않고 생활하기에도 불편하긴 합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아요. 휴전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전쟁 재개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다시 간신히,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고향을 떠나라는 말은 치욕적입니다. 우리는 폐허 위에 삶을 다시 짓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떠나지 않겠습니다. 트럼프가 바라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라나(익명 요구·21) “살기 적합하지 않다고 추방,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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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가자지구 칸유니스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한 달 만에 집이 폭격을 받아 완전히 파괴됐어요. 올리브 나무 한 그루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한밤중에 대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때,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 그런 매 순간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휴전된 후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일가 친척을 모두 합하면 100명 이상이 세상을 떴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도 무너졌습니다.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심리적 고통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있기에, 어떻게든 일상을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자지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우리를 추방하겠다고요? 트럼프의 계획은 말도 안 됩니다. 너무 두렵습니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견디고 맞서겠지만 트럼프가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할, 혹은 압박할 누군가가 정말로 필요합니다. 국제사회가 트럼프의 계획을 막아주세요.”

라마단 마르완(28) “트럼프 해법, 이 땅에 분쟁만 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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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는 지도에만 존재하는 추상적 존재가 아닙니다. 긴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땅이고 팔레스타인 정체성의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는 희망이자, 평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언젠가 가자지구가 평화와 번영의 땅이 되어 모든 주민이 자유와 존엄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저는 전에 살던 집이 파괴되어 돌아갈 수 없어서, 남부에 있는 난민 텐트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겁니다. 우리에겐 정든 고향에서 살 자유가 있고 쫓겨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트럼프의 계획은 ‘두 국가 해법’이라는 국제사회의 평화적 지향점을 약화시키고 혼란을 일으켜 결국 이 땅에 불화와 분쟁이 끊이지 않게 만들 겁니다. 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실현되려면 양측의 강력한 의지와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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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김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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