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하며 제출한 증거들, 허위·변조·부정확
金 진술, 일관되지 않아 유동규 진술 신빙성 더해”
150쪽 판결문에 ‘이재명’ 131회 언급
김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구글 타임라인에 자신의 동선이 기록돼 있다면서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타임라인의 증거가치가 낮다고 보고,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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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변호인, 지지자들과 함께 출석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징역 5년, 보석 취소를 선고받았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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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최대 쟁점’ 구글 타임라인... 재판부는 “신뢰 어려워”
2심 재판부는 150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김씨가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에 대해 “무결성, 정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5월 3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씨를 만나 금품 1억원을 받았다고 본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김씨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탄핵(彈劾)증거에 대해 “엄격한 증거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디지털 증거’가 갖는 특성상 최소한의 무결성과 진정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2심은 우선 “구글에서는 타임라인 서비스의 작동 원리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사용자가 임의로 수정할 수 없는) 원시데이터가 어느 정도 (특정 장소에) 머물러야 생성되는지 알 수 없다”고 봤다. 또 “조작가능성 여부, 정확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며 “원시데이터가 실제 위치정보와 일치하는지 여부 및 조작‧수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구글 타임라인이 사용자의 동선과 방문 장소 및 시각 등을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를 규명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김씨는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사설 디지털포렌식 업체 두 곳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도 제출했었다. 그러나 2심은 구글 타임라인의 원시데이터를 사용자가 수정‧삭제할 수 있는 점, 또 원시데이터를 수정‧삭제할 경우 생성되는 기록 파일도 마찬가지로 삭제가 가능한 점 등을 들어 김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재판 중 추가로 감정기일을 지정하고 김씨가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감정했지만, 이 분석 결과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씨는 제출한 기록 중 2개 일자 기록에 대해서는 자신이 수정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수정에 따라 자동 생성됐어야 할 기록 파일이 없다는 것이다.
◇‘위증’도 金 발목 잡아... “유동규 진술 신빙성 더할 뿐”
2심은 김씨의 1심 재판에서 벌어진 ‘위증’ 사건도 김씨 측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근거로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선 캠프 상황실장 출신인 박모·서모씨가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을 김씨 재판의 증인으로 세워 ‘김용은 유동규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주장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 2023년 8월 자신의 위증을 인정했고, 이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두 사람은 작년 1월 구속됐다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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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 1심 재판에서 '거짓 알리바이' 증언을 부탁한 혐의를 받는 박모씨와 서모씨가 작년 1월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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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은 “김씨가 부재증명(유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증명)을 위해 제출한 증거들이 허위이거나 변개(變改)되어 있거나 부정확하다”며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을 더하는 사정”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김씨 측은 1심 때부터 “유동규씨가 갑작스런 심경변화를 일으켜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등에 관하여 진술을 하기 시작한 배경을 납득할 수 없고, 김씨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으나, 2심은 이러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없다”면서 “유동규 및 이에 부합하는 남욱, 정민용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또 “남욱, 정민용이 유동규의 진술에 맞추어 허위 진술을 할 동기나 사정도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며 “김씨 측이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에 관해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데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고 부수적인 사정에 불과하거나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의 오류 또는 흐려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일 뿐”이라고 했다.
반면, 2심은 김씨의 진술이 재판을 거치며 계속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장소로 지목된 유원홀딩스 방문횟수의 경우,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는 1회 방문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2회 방문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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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왼쪽부터),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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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金 수수 자금, 대부분 정치활동 비용 소비로 보여”
한편, 2심은 김씨가 “(대장동 등) 개발사업의 선정, 개발방식의결정, 공모지침, 공사와 민간업자의 수익분배 등 전반에 관하여 직접적인 권한을 가지고 개입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유씨로부터 뇌물 1억9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데, 김씨가 아닌 성남시가 최종 책임자라고 2심은 본 것이다.
2심은 또 김씨가 수수한 것으로 인정된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의 대부분이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결문에 적시했다. 정치자금을 받을 당시 김씨는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이었다.
판결문에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131회 언급된다. ‘경선 자금’ 표현도 29회 등장한다. 다만 2심은 김씨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배경에 이 대표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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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2019년 12월 15일 당시 경기도 대변인을 했던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김부원장과 하트모양을 그리며 응원하고 있다./경기eTV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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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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