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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야당 협조 빛났다… 여소야대 프랑스, 예산안 통과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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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 예산안 놓고 정부·여당과 공조

바이루 총리 불신임안, 하원에서 부결

여소야대의 프랑스 하원이 야당이 제기한 정부 불신임안을 부결시켰다. 야권이 여러 정파로 분열된 것이 주된 원인이지만, 그중에서도 사회당이 “이제는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좌파 연합에서 이탈한 영향이 컸다. 같은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야당의 탄핵 남발과 입법 폭주 끝에 결국 국정 마비로 내몰린 한국 현실과 대비된다.

세계일보

프랑스 사회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정부 불신임안 표결을 앞두고 하원 본회의장에 착석해 있다. 사회당은 앞서 당론으로 ‘불신임안 반대’를 채택했고, 표결 결과 불신임안은 부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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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하원이 실시한 정부 불신임안 표결에서 찬성표가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128표에 그치며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재신임을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바이루 총리는 지난달 16일에도 하원의 불신임 투표에 직면했으나 고작 133명의 의원만이 찬성 의견을 밝히며 살아남은 바 있다. 프랑스 하원은 총 577석으로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최소 289명의 의원이 동의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실시된 총선 결과 프랑스 하원은 의석수로 따져 좌파 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1위,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 세력이 2위,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3위를 각각 차지하며 여소야대가 됐다. 다만 어느 집단도 단독으로는 과반 다수를 형성하지 못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세력에 속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소수당 정부를 꾸렸다. 하지만 2025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좌파와 극우파가 정부를 협공하면서 바르니에 총리는 결국 의회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이에 프랑스는 신년 예산도 확정하지 못한 채 2025년을 맞는 초유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바이루 총리는 역시 중도파 소속으로 소수당 정부를 이끌고 있으나 좌파 연합 내 사회당을 설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NFP를 구성하는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등 여러 분파 중에서 66석을 보유한 사회당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사회당이 이탈하는 경우 NFP는 원내 1위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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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5일(현지시간) 의회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표결을 앞두고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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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루 총리는 이 점을 노리고 사회당과 진지한 협상에 나섰다. 의료기관에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고 공교육 분야 일자리 4000개 삭감을 백지화하는 등 사회당의 요구를 정부 예산안에 적극 반영했다. 또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키로 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을 놓고 사회당과 재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바이루 총리는 “정부 예산안이 불완전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로 타협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사회당 역시 “이제는 프랑스에 예산을 부여해야 할 때”라고 화답했다.

정부 불신임안 부결로 2025년도 예산안의 하원 통과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제 상원의 동의만 거치면 프랑스 정부는 확정된 올해 예산을 토대로 여러 사업을 펼칠 수 있다. AP는 “유로존(유로 화폐 사용국) 20개국에 타격을 입힌 프랑스의 혼란이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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