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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알바도 이렇겐 안 잘라”… MBC ‘김가영 동기’ 기상캐스터 폭로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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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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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입사 동기 정혜수의 과거 글이 누리꾼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2018년에 MBC 신입 기상캐스터로 합격했지만 방송 한 번도 못 하고 잘린 정혜수 씨의 글'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정식 채용 과정 걸쳐 합격했지만 구두로 당일 해고 통보 받아"

동기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글에서 정혜수는 "5년 동안 준비해서 입사한 방송국에 합격했는데 구두로 당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라며 자신이 팀장에게 들은 말을 전했다.

정혜수에게 해고 사실을 통보한 팀장은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인사부도 아니고. 아, 그런데 넌 계약을 안 했으니 인사부에서 말할 필요가 없겠구나“라고 말했다는 것.

”1차 서류, 2차 면접, 3차 임원 면접까지 방송국에서 정한 3단계를 정식 채용 과정을 걸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자 유의사항에 교육 중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한 정혜수는 한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진 교육 과정에도 매일 6시에 출근해서 준비하는 등 성실히 참여해서 준비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입인 만큼 실력이 완벽했다고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겠다. 실수투성이였을 것”이라면서도 “교육 중에 한 실수로 방송국에 타격을 준 일도 없었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4명이 합격을 하면서 기존 선배 3명의 계약이 취소된 상황이라 나가는 선배 눈에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순탄치 않았던 교육 과정을 언급했다.

여기에 교육 과정 중 어느 날,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일 준비를 마친 뒤 동기들과 커피를 마시러 가는 대신 생리통 때문에 출근 시간인 9시 전까지 잠시 당직실에 누워있었던 게 화근이 됐다.

당직실에 들어온 선배가 그 모습을 보고 "여기가 우습냐. 역대 최악인 애들 뽑혔단 말 도는 거 아냐. 여기 우습게 보지 마라. 너희 아직 계약도 안 하지 않았느냐.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볼 거다"라고 꾸짖었다는 것이다. 장혜수는 신입사원을 제외한 점심 회식자리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고, 그날 저녁 팀장에게 불려갔다고 털어놨다.

혼난 다음날 해고 통보 받아…"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후 정혜수는 팀장이 동기에게 찾아오라고 한 논문을 대신 찾아줬다가 모진 소리를 들은 다음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 선배한테 혼난 후로 회사에서 겉돌게 됐고, 아무런 과제가 주어지지 않아 다른 일로 바쁜 동기 대신 논문을 찾아 동기들에게 줬던 게 문제였다.

정혜수는 “동기 B가 '이렇게 정리 잘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을 팀장님이 좋게 보지 않았냐'며 '이걸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팀장님께 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조금 더 정리한 뒤 다음날 팀장님 자리에 올려놨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팀장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원래 논문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던 정혜수의 동기 A에게 화를 냈다. 이후 논문을 찾아온 사람이 정혜수란 걸 알게 된 팀장은 정혜수에게 논문을 집어던지며 "나는 A에게 시켰는데 왜 네가 하냐. 이렇게 A를 물 먹이고 싶었냐. 이렇게 하면 내가 널 예뻐할 줄 알았냐. 내가 너라면 동기들에게 먼저 줬을 거다, 너한테 실망이다. 너 정말 무서운 애구나"라고 혼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정혜수는 "평소 팀장님이 '자기한테 시킨 일 아니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찾아주면서 도와줘라. 내가 내준 과제는 여러 장 뽑아서 동기들과도 공유하라'고 하셨다“라며 ”'그 논문은 전날 동기들에게 먼저 준 논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변명한다고 하실까 봐, 더 혼나고 싶지 않아 눈물만 흘렸고, 다음 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정혜수는 "위에서 너랑 계약 안 하겠대. 어떻게 할래"라고 말하는 팀장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윗분들에게 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드리라는 거니? 넌 이 직군이 안 맞아. 지금은 힘들겠지만 일하다가 계약연장 안 되는 것보다 이게 나아"라는 답을 들었다.

“저는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한 정혜수는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사원증과 용역확인서는 받았다. 아르바이트도 이렇게 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프리랜서는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없고, 대형 로펌에서도 ‘해당 방송국 고문 관계라 조언해드릴 수 없다’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뼈와 살이 되겠거니, 더 단단해지겠거니, 세상에 알려봤자 제 손해라는 말 때문에 스스로를 다독여봤지만 지금도 자다가도 1시간마다 깨는 제가 안쓰럽다“라고 말한 정혜수는 ”동기들이 함께 찍어서 각자 SNS 계정에 올렸던 사진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저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저도 모르겠다. 지금 제가 원하는 건 길을 걷다 갑자기 울지 않고 하루라도 새벽에 깨지 않는 것“이라고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

한편 정혜수의 입사 동기는 현재 MBC 기상캐스터로 일하고 있는 김가영, 최아리, 박하명으로 알려졌다. 오요안나의 유족은 고인의 휴대전화에 남은 유서와 녹취파일 등을 증거로, 이들 셋과 선배 기상캐스터 이현승이 함께 고인을 괴롭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 #김가영 #오요안나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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