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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트럼프와의 협상, 무조건 뒤로 미루는 ‘바보 전략’ 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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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 3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우리의 대응 전략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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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이 4일부터 중국산 상품 전체에 10%의 추가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10일부터 미국 상품에 10~1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확실히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공언했고, 반도체·철강·알루미늄·구리·석유·가스 등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중국에 60%, 다른 나라에는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단,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4일부터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전인 3일 이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주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 경계를 강화하겠다는 조처를 내놓으면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한때 보복관세를 천명하기도 했지만 결국 미국의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세계 교역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 8위 국인 우리나라도 관세전쟁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다. 보편관세의 타깃이 될 수도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전쟁의 먹구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지만, 한국은 12·3 내란사태로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다. 한국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배경과 전망,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 미·중 패권경쟁 등에 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2020년~2023년)을 지낸 국제경제 전문가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지난 3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4일 추가 전화인터뷰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국에 60%, 다른 나라는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런 공약이 모두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보나.



“실행에 옮겨질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정책의 배경에 있는 기본적인 철학을 알 필요가 있다. 트럼프와 트럼프 주변에서는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매킨리 대통령은 1897년부터 1901년까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다 암살당한 사람이다. 매킨리가 관세를 매우 높게 매겼다. 그리고 그때는 소득세가 없었다.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요새 관세 수입은 소득세 수입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관세라고 하는 아주 단순하고 명백한 걸 가지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관세를 부과하고 나서 협상을 제안할 것이다. ‘내가 이것을 빼줄 테니 너는 이것을 달라’ 이런 식으로 협상을 할 것이다.”



―미국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하루 전에 이를 전격 유예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예고대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가 하는 모든 행위는 협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협박이 가장 잘 통하는 방법은 실제로 단행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한 것이고, 결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굴복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단순히 통상문제뿐 아니라 이민, 마약, 방위비 협상 등 모든 이슈에 관해서 무기로 사용하려고 한다. 중국은 일단 10%로 시작해서 협상을 해나갈 것이다.”



―관세전쟁에 동맹도 예외는 없어 보인다. 한국도 대상이 될까.



“주요 7개국(G7) 국가들, 중국 등 눈에 띄는 나라, 협상에서 뭔가 얻을 수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모두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당연히 포함된다. 한국은 트럼프 입장에서는 먹을거리가 많은 현금인출기다.”



―미국이 관세를 매기고 상대 국가가 보복관세를 매기는 악순환이 일어나면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단기적인 충격은 있을 것이다. 교역량이 일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실제 미국에 보복관세로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만 해도 보복관세를 매기면 우리만 힘들어질 수 있다. 국내 물가가 올라갈 것이다. 또 우리는 중간재 수입을 많이 하는데, 여기에 관세를 매기면 우리가 만드는 최종재 가격이 올라가고, 결국 전 세계로 내보내는 수출 가격이 비싸진다. 보복관세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정도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협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세계 교역량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교역량이 2.7% 정도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관세전쟁이 시작되면 타격이 일정 정도 있을 것이다. 2.7%가 아니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든가 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마이너스 10%가 된다든가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압박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나. 10~20% 보편관세 정도일까.



“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관세 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우리는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세계 8등인데,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가장 손쉬운 것이 무역구제 조치다. 우리나라 가전처럼 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에 반덤핑 제소를 해서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보편관세를 매길 수도 있고, 반덤핑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 식으로 협상을 해야 하나.



“적절하게 가격을 더 올린다든가, 물량을 조절한다든가, 미국산 자동차를 더 수입한다든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더 우호적으로 재개정해준다든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우리에게 매우 아픈 분야가 있으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보편관세를 좀 해제해달라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가는 부품 등에 대한 관세는 너희한테도 별로 안 좋은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설득할 수 있다.”



―어쨌든 대미 수출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단은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가 덜 사게 되니까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재협상을 했었다. 아마 이번에 한 번 더 하자고 할 것이다. 전면적으로 다 개정하지는 않고 미국 쪽이 하고 싶은 것만 좀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분야나 지엠오(GMO·유전자변형농산물), 곡물 분야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세 협상이나 FTA 협상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다.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준비가 안 돼 있다. 실무자급에서 아무리 협상을 해도 결국 중요한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고, 그건 결국은 위에서 결정을 해줘야 한다. 대통령 차원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만약 FTA 재협상 등을 하자고 하면 일단은 미뤄야 한다. ‘우리 사정이 이렇다, 새 정부 들어오고 나서 하자’라고 미뤄야지 당장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가 요청하면 받아들여질까.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런 식으로 나가야 한다. 팔을 너무 심하게 비틀어서 테이블에 앉더라도 그다음부터는 시간을 끌어야 한다. 최대한 협상을 미뤄야 한다. 일종의 ‘바보 전략’을 취해야 한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우리가 탄핵 정국이었는데, 이번에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때 상황이 더 좋았다. 세계 경제도 더 좋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가 훨씬 좋았다. 지금은 우리 경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또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보호무역주의적이고 각자도생의 세계 질서이기 때문에 더 힘들다.”



―우리 입장에서 또 한가지 부담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라는 압박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물건을 팔려면 미국으로 들어가야지 어쩔 수가 없다. 우리 국민 경제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반도체도 미국에 투자를 하니까 우리 일자리가 안 생긴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하지만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조선 분야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조선 분야가 거의 붕괴해서, 군함의 수선이 안 된다. 굉장히 심각하다. 현재까지는 미국의 해군력이 톤수나 성능 면에서 중국보다 낫지만, 수선이 제대로 안 되니까 문제가 된다. 그것을 우리나라가 해줄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국 기업이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에도 미·중 관세전쟁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런 측면이 있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등은 미국이 중국을 막고 있는 바람에 우리가 미국 시장에 들어가서 팔 수 있는 것이다. 대중 관세를 미국이 강력하게 매기면 우리 기업에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미국 경제 관점에서 보면, 관세 전쟁과 불법 이민자 추방 두 정책 모두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종식을 우선순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순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반적인 시각은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현재 2%대 후반에서 계속 횡보할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의 반인플레이션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을 비롯해 아무도 믿지 않는다.”



―관세 인상을 해서 미국의 무역적자나 재정적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나.



“무역 적자는 별로 안 줄어들 것이다. 일단 미국 경기가 워낙 호황이기 때문에 수입이 많이 줄지 않을 것이다. 재정 적자는 감세정책 등으로 계속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미국 국채가 계속 더 많이 풀리면서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다. 달러 강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그럼 트럼프가 화를 내면서 다른 나라를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이게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중 패권경쟁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중국이 결국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첫 번째는 중국의 고령화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때문이다. 사유재산 제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본 체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에 결국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터 등 여러 가지 기술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가 총력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 산업을 결정짓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이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아이템을 선점하면 그다음에 중국은 엄청나게 많은 물량과 인재들을 동원해서 그걸 따라잡는 방식이다. 한국 반도체, 조선, 철강이 하던 방식을 인공지능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추격자만 되지 선도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선도자가 못되면 1등은 되기 어렵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아니라, ‘안미경미’(안보는 미국 경제도 미국)로 가야 한다, 이런 주장들이 있다.



“안미경미 가지고 안된다. 이미 우리가 미국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다. 미국 시장이 물론 한 나라로서는 매우 크지만, 미국만 가지고는 안된다.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개도국)가 얼마나 커졌나. 30년 전에 우리나라 수출의 70%는 선진국으로 가고, 30%만 개도국으로 갔다. 딱 20년 만에 2010년대가 됐을 때 정반대로 30%가 선진국, 70%가 개도국으로 갔다. 70% 중에서 20% 정도가 중국이고, 나머지는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로 간다. 해외시장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정도 살고 있다. 해외시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미국이 그래 봤자 20%가 안 되는데 안미경미 할 수 없다. 인도도 가야 하고 브라질도 가야 하고 인도네시아도 가야 하고, 아프리카도 가야 한다. 전 세계를 다 봐야 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자꾸 양자택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중국 경제와 한국 경제가 과거에는 보완 관계에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경쟁 관계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에 우리가 중간재를 중국으로 많이 수출했다. 시진핑이 트럼프 시대를 맞고 나서 중간재를 가급적 수입하지 말고 스스로 조달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우리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고 있다. 최종재 시장에서도 많은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은 지 오래됐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 중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최소한 잠재성장률 정도의 성장을 하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2023년 성장률이 1.4%, 2024년 성장률이 2.0%였다. 올해는 1.5%가 조금 넘는다. 계속 잠재성장률(2%)보다 못한 성장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 운용을 정말 못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정책 역시 하지 않았다. 그 후유증을 다음 정부가 다 떠안게 될 것이다.”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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