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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520광년 거리에 있는 가스 행성 WASP-127b의 적도 부근에서 초속 9km의 초음속 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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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를 맞아주는 산들바람은 초속 5m가 되지 않지만 한여름 태풍이 몰아칠 때의 바람은 초속 수십미터에 이른다. 세계기상기구(WMO) 집계에 따르면 지구에서 가장 빠른 바람 속도는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 불어닥친 사이클론 올리비아가 기록한 초속 113m(시속 400km)였다.
지구에서 52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음속을 훨씬 초과하는 강풍이 부는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독일 천문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외계행성 ‘WASP-127b’의 제트기류를 분석한 결과, 속도가 초속 9.2km(시속 3만3000㎞)로 음속의 2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발표했다.
2016년 발견된 이 행성은 목성과 같은 가스행성으로 목성보다 지름이 30% 크지만 질량은 목성의 5분의 1에 불과한, 밀도가 매우 낮은 솜사탕형 행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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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 WASP-127b는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G형 별을 4일에 한 번씩 돈다. 유럽남방천문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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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과 뒷면의 극심한 온도차 영향인 듯
연구진은 이 행성의 적도 주변에서 부는 이 초음속 바람은 지금까지 측정된 제트기류 중 가장 빠른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태양계에서 측정된 가장 강한 바람은 해왕성의 초속 491m(시속 1770km)였다.
이번 발견은 칠레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의 주거울 8.2m짜리 초거대망원경(VLT)을 이용해 행성의 대기 구성과 움직임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연구진은 바람의 한쪽은 지구쪽을 향해, 다른 한쪽은 반대쪽을 향해 불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성의 대기에선 수증기와 일산화탄소 분자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초음속 바람의 근본 에너지원은 중심별에서 나오는 복사선이지만 이렇게 강한 바람을 유발하는 구체적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성의 한 면이 별을 향한 면과 반대쪽 면의 온도 차이가 큰 것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행성은 태양계의 목성과는 달리, 중심별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표면온도가 높고, 앞면이 별을 향해 고정돼 있다. 별을 향한 쪽의 대기온도는 1000도가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공전주기는 4일이다.
최근 들어 외계 행성 관측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밖 행성의 경우, 질량과 반지름 정도만 측정할 수 있었지만, 연구진이 사용한 망원경은 외계행성의 대기와 기상상태까지 분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상세한 관측이 우주망원경이 아닌 지상 망원경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우주에 배치된 망원경에는 이런 정밀기기가 없는 탓이다.
유럽우주국은 칠레 초거대망원경(VLT) 인근에 현재 주거울 지름이 39m나 되는 극거대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을 구축하고 있다. 이 망원경의 안데스(ANDES) 기기를 사용하면 외계행성의 날씨 변화를 더욱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 정보
CRIRES+ transmission spectroscopy of WASP-127 b
https://doi.org/10.1051/0004-6361/202450438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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