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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개학이 좋아요”...새학기 준비 학원 돌리기 방학이 괴로운 초딩

매일경제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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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개학이 좋아요”...새학기 준비 학원 돌리기 방학이 괴로운 초딩

서울맑음 / 3.1 °
예체능·교과 학원에 각종 특강까지
학년 올라갈수록 입시 준비 압박 커
엄마들도 라이드에 사교육비 부담 호소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매경DB]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매경DB]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김 모양은 요즘 일주일에 세 번 아침 6시반에 일어난다. 월·수·금 8시 방학 특강으로 수영 강습을 받기 때문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셔틀을 타고 7시 40분쯤 수영장에 도착해 50분 수업하고 집에 돌아오면 10시가 좀 안 된다. 점심 먹기 전에는 피아노 학원에 간다. 수영 강습이 없는 날은 오전 9시에 미술 특강이 있다. 월·수·금 오후에는 영어, 화·목 오후에는 수학 학원에 간다. 금요일 저녁엔 한자 학습지 선생님이 온다. 토요일 오전에는 과학, 오후에는 책읽기 수업도 있다.

김 양은 “수업이 재미있긴 한데 방학에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고 더 바쁘다”며 “개학을 하면 더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양 어머니는 “공부만 시키려는 게 아니라 체력 단련을 위해 수영 특강, 아이 정서를 위해 미술과 피아노, 문해력을 위해 책읽기 수업을 추다하다 보니 시간표가 빡빡해졌다”며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시간이 더 없다는 얘기를 들어 스케줄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학이 고달픈 초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운동, 미술, 음악 등 예체능 수업부터 국·영·수 교과 수업까지 방학 특강 형식으로 다양한 수업들이 더해지면서 초등학생들의 시간표는 숨 쉴 틈 없이 빡빡해진다. 고학년으로 올라갈 수록 새 학년 준비를 앞둔 겨울방학은 더 바쁘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 군은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서울 대치동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몰입 특강을 듣는다. 점심·저녁은 학원에서 도시락을 준다. 중간중간 학원 근처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게 평일 유일한 외출이다. 이 군은 “입시에서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이번 방학 때는 수학을 집중 공부하고 있다”며 “평일엔 수학을, 주말에는 영어랑 국어를 하다보니 이번 겨울 방학 땐 아직 어디 놀러도 못 갔다”고 했다. 이 군 어머니는 매일 안양에서 대치동까지 아침 저녁으로 라이드를 해야 한다. 이 군 어머니는 “아이가 안쓰럽긴 하지만, 또래 친구들도 비슷하게 준비하고 있어서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방학이 힘들기는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세 끼 식사에 중간중간 간식, 학원 라이드까지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른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윤 모씨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는 동안 집안일과 세 끼 식사 준비, 간식까지 챙기다 보면 지칠 때가 많다”며 “학원 픽업까지 하면 하루가 정말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직장맘들은 더욱 방학 기간 사교육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긴 방학동안 아이가 집에만 있을 순 없으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원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에겐 학원비 부담도 큰 걱정이다. 윤 씨는 “이번 겨울방학만 해도 학원비로 200만 원이 넘게 나갔다”며 “아이가 뒤처질까 봐 수업을 줄일 수도 없고, 학년이 올라갈 수록 어떻게 될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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