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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4 (금)

“탄핵 표결 불참 의원 105명 기획 인상적” “윤석열 여론전 빠른 팩트체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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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제12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일곱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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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사태’는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나라를 40여년 전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시민들은 결연하게 맞섰다. 언론계도 내란 사태 초기에는 일부 극우 매체를 빼고는 한목소리로 비상계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수사 국면이 이어지자 교묘하게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인 한겨레는 호외와 특별판을 거듭 발행하는 등 내란 사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2기 열린편집위원회 일곱번째 회의에서는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송지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신승근 뉴스룸국 뉴스총괄부국장, 이세영 정치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12·3 내란 사태를 다룬 한겨레 보도, 어떻게 보셨나?



손종욱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열린편집위원회에서 논의를 했는데, 그때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정도의 문제가 지적됐더라. 하나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시위 상황을 전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어땠는지 살펴봤는데, 많이 개선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서 보도를 잘 한 것 같다. 또 하나는 사안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선정적인 기사였다. 2016년 당시 최순실 관련 일부 기사들이 그런 지적을 받았다. 사실 이 부분은 언론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인 듯하다. 이번 내란 사태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초기 삼청동 안가를 술집 바(Bar) 형태로 개조하려 했다는 제보 기사와 김건희 여사가 박찬욱 감독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제안했다는 기사가 사안의 핵심에서 벗어난 좀 선정적인 기사로 보였다. 이런 보도는 지양하는 게 어땠을까 싶다.



김지현 칭찬 먼저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이름과 사진을 실은 12월9일치 1면은 정말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당부드리고 싶은 점도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여론전이 먹히고 있는 것 같다. ‘가짜 뉴스’와 선동, 편향적인 여론조사를 통한 여론 왜곡, 갈라치기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한겨레에서 팩트 체크를 잘 해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윤 대통령 체포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줬으면 한다. 조기 대선이 거의 확실하므로 어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지금 내란 사태로 경제적 타격이 큰데, 일하는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기획으로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제정임 윤 대통령 쪽의 왜곡된 주장을 따옴표로 묶어서 보도하는 언론이 많다 보니, 그게 민심에 반영되는 것 같다. 한겨레가 좀 더 열심히 팩트 체크를 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형광석 아까 내란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차원에서 12·3 비상계엄의 비용에 대해 쓴 기사(윤석열이 긁은 ‘계엄의 비용’…“5100만명이 장기 할부로 갚아야”)가 굉장히 마음에 와 닿았다. 앞으로 좀 더 상세하게 보도를 이어가면 좋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고령화 대비 등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장기 과제들을 많이 제시했는데, 윤석열 정권 기간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허송세월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상계엄의 기회비용 차원에서, 한국 사회의 지연된 장기 과제들을 짚는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권오성 이번 내란 사태 국면에서 한겨레가 좋은 기사들을 굉장히 많이 써줘서 감사했다. 기사들을 읽다 보니, ‘한겨레가 이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취재하다 보니, 반 발짝 정도 마음이 급했던 기사들도 있었던 것 같다. 반대 쪽 취재 등 좀 더 체크해볼 부분들이 있을 듯한데, 급하게 기사를 내보낸 것 같은 기사가 더러 눈에 띄었다. 물론 워낙 중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취재보도준칙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란 피의자를 배출한 국민의힘 지지율이 비상계엄 이전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체제와 미디어의 문제에 대해서도 잘 짚어줬으면 한다.



송지현 6개월 전, 첫 회의 때 정치 뉴스가 과잉 생산되고 과잉 소비되는 것 같으니 지면에서라도 정치 뉴스를 줄여보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을 철회하고 싶다. 이번 내란 사태를 보고 정치가 정말 중요하구나, 정치가 온 국민의 삶을 뒤흔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더 잘 해주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내란 사태 관련 보도에서는 12월7일치 특별판에 실린 ‘한겨레 그림판으로 본 윤석열 탄핵 이유’가 인상 깊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어떤 잘못을 저질러 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 좋은 기획이었다. 온라인에도 올렸다면 링크 공유를 통해 더 많이 확산됐을 텐데, 지면에만 실린 게 아쉬웠다.



장지연 이번 내란 사태는 권력을 다루는 우리 정치 시스템의 한계 못지않게 공동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튜브 등 신흥 매체의 문제를 과제로 던져 줬다. 영상을 통해 대화의 방식으로 친밀성을 높인 정보가 전달되고, 추천 알고리즘으로 감정적 고양이 한층 강화되는 매체 환경에서 공동선은 어떻게 추구할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진 주류 매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이 과제가 된 것 같다. 다른 매체보다도 한겨레에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기사와 칼럼들이 더 많이 보여서 좋았다. 진실을 왜곡하려는 위험한 의도를 가진 의견을 다루는 규범의 정립과 확산, 양극화된 여론 지형에서 최소한의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모색과 실험이 필요할 것 같다.



제정임 우선, 한겨레가 이번 내란 사태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치열하게 취재해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 당부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의 변호인들, 국민의힘이 내놓는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되도록 빨리, 철저하게 팩트 체크를 해달라. 그래야 음모론의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미국 대선 토론회 때 미국 주요 언론이 했던 것처럼 실시간으로 팩트 체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말이 아무런 해석이나 팩트 체크 없이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일부 언론의 그런 무책임한 보도 태도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번처럼 심각한 사안일수록 좀 더 쉽고 친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영상 콘텐츠인 ‘뷰리핑’은 그런 점에서 매우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처럼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 있을 때는 가급적 라이브 영상을 제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세영 내란 사태 기사를 데스킹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널리즘 원칙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극단화된 여론 지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겨레를 포함해 언론이 풀어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정치하는엄마들’에서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통화할 때 이용한 휴대폰을 ’황금폰’이라고 써선 안 된다는 요청문을 각 언론사에 보낸 적이 있다. 황금폰은 성폭력 사건에서 비롯된 가해자의 언어다. 한겨레의 경우 본지 기사에는 없지만 ‘공덕포차’ 기사와 한겨레21 기사 일부에 아직 남아 있다.(송지현 위원)



• 한겨레가 다른 언론에 비해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군 기사를 덜 다루는 것 같다. 뉴스룸국 차원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그런 건지 궁금하다. 만일 그런 원칙이 있다면 독자들에게도 알리는 게 좋을 것 같다.(권오성 위원)



(한겨레는 북한군 파병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당국이 내놓은 정보라 할지라도, 우리 국정원이나 국방부, 미국 정부 차원에서 확인한 것만 쓰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한국은 내란 사태 때문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걱정스럽다. 이런 점에서 한겨레가 내란 사태 와중에도 신년 특집으로 내보낸 ‘트럼프가 바꾸는 세계질서’ 시리즈는 우리가 생각해볼 지점들을 환기시켜준 좋은 기획이었다.(제정임 위원장)



• ’황보연의 초고령사회의 질문들’이라는 기획을 잘 보고 있다. 내 또래의 베이비부머들이 앞으로 ’올드 올드(old-old, 85살 이상)’가 됐을 때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됐다.(형광석 위원)







열린편집위원회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12월부터 1월 사이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44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헌 옷 추적기’ 기획이었다.



1. 헌 옷 추적기-수거함에 버린 옷의 행방 한겨레21부 박준용 채윤태 곽진산 기자, 뉴스영상부 조윤상 피디



한줄평: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상에서 출발해 흥미롭게 전달” “패스트 패션 시대, 환경 파괴의 현주소를 전자추적기 활용 등 새로운 접근법으로 호소력 있게 보여줌”



2. 암장, 이주노동자의 감춰진 죽음 사회부 이지혜 김채운 장현은 기자



한줄평: “이걸 어떻게 취재했을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현장 취재를 알맞은 통계와 버무려 만들어낸 좋은 기획”



3. 윤석열 ‘가짜 출근 차량’ 운용 정황“…경찰 “늦을 때 빈차 먼저” 사회부 김채운 정환봉 기자, 한겨레21부 채윤태 기자, 정치부 장나래 기자



한줄평: “끈질긴 취재로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음을 드러냄”



4. ‘딥페이크 파괴된 일상’ 시리즈 젠더팀 박현정 김효실 정인선 기자



한줄평: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세밀하게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



5. 그날 본회의장 떠난 105인 사진부 백소아 기자, 종합편집부 허기현 기자, 디자인부 송권재 김은정 기자



한줄평: “시의적절한 좋은 기획, 한겨레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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