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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트럼프 마케팅’ 열 올린 국내 유통계 총수들, 얻은 건 뭘까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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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배우자 한지희씨를 소개한 뒤 사진을 찍었다. 신세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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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각) 국내 유통 ‘라이벌’로 꼽히는 두 사람이 전통적으로 미국 내부 행사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이마트를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을 이끄는 김범석 쿠팡아이엔시(Inc) 의장이다.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이들 기업의 수장은 왜 워싱턴까지 날아가 취임식에 참석했을까.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대로 취임식에 참석해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과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가상자산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 등을 만났다. 앞서 17일 뉴욕 제이에프케이(JFK)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회장은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미국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이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이마트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는 찾기 쉽지 않다. 이마트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이마트 매출 가운데 미국 등 국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이마트는 2018년 ‘피케이(PK)리테일홀딩스’라는 소매 지주회사를 설립해 미국에서 식료품 점포 56곳을 운영 중이다. 피케이리테일홀딩스 매출액은 지난해 1~3분기 1조6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수년째 1%대에 머물고 있다.



정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미국 와이너리 인수 역시 시장의 평가는 좋지 않다. 신세계프라퍼티의 미국 자회사인 스타필드프라퍼티는 2022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인 셰이퍼빈야드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듬해인 2023년 스타필드프라퍼티는 2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5일 논평을 내 “와이너리 같이 정 회장 개인 취미나 기호에 따른 인수는 회사 자금이 아닌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본업과 무관한 관계사들을 모두 정리해 차입금을 갚고 본업에 포커스해야 재기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한겨레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알렉산드르 왕 스케일AI 대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부터)가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알렉산드로 왕 에스엔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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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1800여명만 들어간 미 의회의사당 내 노예해방홀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직접 지켜봤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 정·재계 핵심인사를 두루 만났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을 가진 데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애초 시애틀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아이엔시의 공공관계총괄을 지낸 알렉스 웡은 이번에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에 지명됐다.



김 의장이 미국에 머물던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쿠팡 택배 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택배노동자와 배송기사 등 쿠팡에서 일하다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근로조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마련된 청문회였다. 하지만 김 의장이 취임식 참석을 이유로 국회 청문회에 불참하면서 정치권에선 ‘김 의장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이해가 안 된다. 트럼프 취임식은 가고 청문회는 안 오냐”(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2023년 기준 31조원에 이르는 쿠팡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김 의장은 2015년과 2020년에도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사회적 책임만 피한 셈이다. 김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기업집단 총수) 지정도 피해간 바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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