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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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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과격 지지자들에 의해 부서진 서울서부지방법원 간판.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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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1·19 폭동 당시 법원 건물에 방화를 하려 한 혐의 등으로 10대 ㄱ군이 지난 25일 구속됐다. ㄱ군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손가락을 들어 수신호를 보내는가 하면 일군의 청년들과 함께 판사실이 있는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급기야 인화물질을 법원 건물 안에 뿌리고 종이에 불을 붙여 던지는 장면까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현장을 빠져나간 ㄱ군은 경찰의 추적 끝에 지난 22일 붙잡혔다.



이처럼 서부지법 폭동에서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 청년이 고작 2006년생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방화 시도 영상을 보면 ㄱ군의 지휘 아래 몇몇 청년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ㄱ군과 또래인 또 다른 10대들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0대들이 어떻게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대담하게 벌일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방화 시도 등은 사전 준비를 거친 치밀한 계획적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이들과 사전 모의를 하거나 범행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서부지법 폭동에는 일부 극우 기독교계가 연루된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ㄱ군은 경기도의 한 극우 성향 교회 신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교회는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전하거나 중고등학생 신도와 각종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중계하기도 했다고 한다. 교회 쪽은 ㄱ군이 신도가 아니라고 밝힌 만큼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앞서 영장 발부 판사를 찾겠다며 서부지법 판사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혐의로 23일 구속된 이아무개씨는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에서 특임전도사로 임명된 인물이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전 목사의 움직임을 집중 소개하기도 했다. 교회 쪽은 “특정 행동을 지시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의 관계를 분명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전 목사가 이번 폭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본격 수사에 나섰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61명 중 상당수가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왜 이런 극단적 행동에 이르게 됐는지 밝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비이성적 선동에 포획돼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배후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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