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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24년 12월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의 손에 쥐어진 응원봉이 반짝이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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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이제, 탄핵 이후를 이야기하자. 내란 수괴가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복귀한 윤석열이 무슨 참담한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는 세간의 우려 때문만이 아니다. ‘탄핵 기각’은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법적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가 남아 있을 뿐, 탄핵은 정해진 일이다. 권위주의 체제로의 복귀를 열망하지 않는다면 다른 결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문제는 탄핵 이후이다. 차기 정부가 직면한 현실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정당성은 일차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를 통해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당성의 지속 여부는 민주적 선거 절차를 넘어선다. 이는 차기 정부가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실직과 폐업 등 민생 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쉽지 않은 과제이다.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내란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 초반대로 낮아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산업경쟁력 약화의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최상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약화했다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살아온 나라에서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3.6%로 세계 평균은 물론이고 미국보다도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져 2030년대에 들어서면 잃어버린 40년을 겪고 있는 일본보다도 낮은 0.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경제의 혁신 역량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런 경제 상황을 5년 단임인 차기 정부가 역전시키기란 쉽지 않다.
물론 단기적으로 경제 위기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복지 확대를 통해 완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을 2017년 10.1%에서 2022년 14.8%로 무려 46.5%나 증가시켰다. 덕분에 지니계수로 측정한 소득 불평등은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동 기간 0.354에서 0.324로 낮아졌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복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민생 위기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통해 민생과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을 큰 폭으로 축소해놓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종합하면, 국내총생산 대비 조세부담률은 2022년 23.8%를 정점으로 차기 정부가 출범해야 할 올해(2025년 전망치) 18.9%로 낮아진다. 조세부담률이 무려 5%포인트 가까이 낮아져 복지를 확대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정치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박근혜 탄핵을 위한 연대는 진보와 중도는 물론이고 합리적 보수까지 아울렀다. 이러한 광범위한 연대에 힘입어 출범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81.0%에 이르렀다.(한국갤럽) 하지만 지금 상황은 2017년과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는데도, 국민의힘의 정권 재창출을 지지하는 여론이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과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가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황을 종합하면 누가 집권하든 차기 정부가 경제와 민생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비극은, 이럴 경우 한국의 민주주의가 또다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라고 해도 민생과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정권의 정당성은 물론 민주주의를 지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차기 정부의 성공 여부는 누가 집권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일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기 정부가 성공할 정치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내란 동조 세력을 제외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민주 세력과 연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와 기업주도 함께할 길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민주 세력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절반의 지지만으론 차기 정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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