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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5 (토)

‘10장 분량’ 尹 구속영장 청구서 보니…‘방탄차량 도주설’부터 ‘극우 유튜버 자극 가능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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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2025.01.23.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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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영장을 집행하러 대통령 공관촌에 진입했을 당시 피의자(윤석열 대통령)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관용 방탄 차량 2대가 또다른 공관으로 이동했다. 피의자가 피신하려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달 18일 법원에 제출한 윤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구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이 같이 ‘도주 우려’를 제시했다. 공수처가 첫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던 이달 3일 대통령 관저에서 방탄차량 2대가 빠져나갔는데 차량이 정진석 비서실장 공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공관 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수색 장소로 적시되지 않은 비서실장, 합참의장 공관으로 피신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형사 사법 절차의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도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도주설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관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 공수처, “무인기 평양침투설 등 전쟁 유도 정황도 추가 수사해야”

동아일보가 입수한 A4용지 10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에서 공수처는 대부분 분량을 ‘방탄차량 도주설’ 등 윤 대통령의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들의 지위와 직무를 1장 반 분량에 걸쳐 설명했고,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상황등 피의사실을 3장에 걸쳐 설명했다. 공수처의 수사권한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내란’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공수처는 영장에 따로 구분해 기재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교체했고 텔레그램 메신저도 탈퇴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현존하는 인적, 물적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상당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에는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거나, 휴대전화를 비롯한 증거물을 없앨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공수처는 또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을 자극시켜 유혈 충돌 등이 발생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올 1월 1일 관저 주변을 둘러싼 지지자들에게 자필 편지를 보낸 사실을 거론하면서 “극우 유튜버들의 극단적 주장을 사실상 지지하고 옹호해왔다”며 “이들을 자극시켜 헌법재판소나 수사기관 앞으로 모이도록 해 유혈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는 “그런 충돌을 시발점으로 해 대규모 폭동이나 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전형적인 확신범”이라며 “탄핵(소추)이 기각된다면 언제라도 다시 비상계엄 등 극단행위에 나아갈 위험이 있다”며 재범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일부 언론사의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 무인기 평양 침투설, 오물풍선 원점타격과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공격 유도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전쟁이나 무력충돌을 일으키려 한 정황도 추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계엄 배경에 대해 야당의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소추, 예산안 대폭 감액, 윤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추진 등 세 가지를 이유로 꼽았다. 구속영장에는 윤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체포와 구금을 시도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 검증 안된 ‘방탄차량 도주설’도 영장 기재 논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도주 우려를 강조하면서 제시한 ‘방탄 차량 도주설’은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의혹에 불과하다. 이달 3일 야권과 일부 유튜버들은 윤 대통령의 도주 의혹을 제기했는데, 곧이어 윤 대통령이 관저 인근을 거닐며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인력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이 담긴 유튜버의 관저 촬영 영상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이달 15일 비서실장 공관이나 합참의장 공관이 아닌 관저 주거동 안에서 체포됐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방탄차량 도주 의혹’까지 무리하게 영장에 담은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대북 도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수처가 이와 관련해 수사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선 학계에서 여전히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수처가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표지를 포함해 불과 10쪽 분량의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7년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는 총 92쪽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서는 207쪽에 달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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