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핵보유국' 발언 큰 파장
美, 한일 핵무장론·안보비용 엄청나
북미 간 핵군축협상 논의 가능성 낮아
北, 핵고도화 통해 美 위협 능력 과시
김정은, 정권 유지 위해 美와 회담 꺼려
美, 한미방위비 재협상 요구 가능성 높아
트럼프 관세정책은 대미수출에 유리
제3시장서 중국과 경쟁 더 치열할 것
정부·국회·기업 한 팀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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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건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롯해 관세 및 경제안보 외교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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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국'(Nuclear Power) 발언 이후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이 마치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 조기 북미대화를 통해 사실상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았다. 앞서 인준안이 극적으로 통과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도 'Nuclear Power'를 썼다. 국내외 상당수 언론은 화들짝 놀라 '파격적인' 외교 리더십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기 회담을 통해 북핵을 인정하고, 핵동결 혹은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은 마치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듯 25일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처음으로 순항미사일을 도발하는 '대담함'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정통 외교관 출신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건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Nuclear Power' 표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용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NPT 체제 공식 핵보유국은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 등 5개국뿐이다. 이들은 유엔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국도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특히 조기 북미회담이 열리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大)원칙이 훼손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또 1조5000억원 규모로 이미 지난해 10월 결정된 2026년 한미 방위비 분담 규모의 재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트럼프의 '10배 청구서' 언급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김 의원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그린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 종료와 전기차 의무화 폐지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기업·국회가 한 팀이 돼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를 효율적으로 접목한 '토털축구(Total Soccer)' 전술을 구사할 것을 적극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Nuclear Power'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널리스트식 표현이다. NPT상 공식적 핵보유국 표현은 'Nuclear Weapon State'이다. 미국이 항상 고민하는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상황을 표현하면서도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건 아니어야 하는 그런 표현을 찾는 거다. 그렇다고 '사실상의(de facto) Nuclear Weapon State'도 쓰면 안 된다. NPT 만들 때 세 나라는 아예 가입을 안 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NPT 체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세 나라가 바로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이다. 이들 국가는 1970년대 중반 NPT 이후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다. 이 세 나라가 'de facto Nuclear Weapon State'이다. 현재 NPT 체제에선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5개국만 공식 핵보유국이다. 북한은 아주 특이한 경우다.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Nuclear Power'라고 했는데 의미는.
▲북한은 공식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실제로 핵무기가 있다고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그러니까 뭔가 표현을 해서 불법적이지만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우리 국방태세를 대비해야 돼 이런 얘기를 해야 되잖나. 결국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Nuclear Power'를 썼다고 보면 된다. 국방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은 이렇게 쓰기로 합의가 됐다.
―일각에선 조기 북미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뒤로 밀리면서 사실상 핵 군축, 핵 동결을 논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미국 정책은 첫째는 북한의 핵위협 억제이고, 종국적으론 핵무기를 포기하게끔 하는 것이다. 언론에서 북미 간 핵군축 협상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미국에 압력이 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만약 미국이 핵군축 합의 등을 했을 경우 치러야 할 안보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미국이 북핵을 인정하면 우리나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체 핵무장론을 꺼낼 텐데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게 된다.
―현재 북한의 핵 고도화 수준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완전히 고도화된 핵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제가 볼 땐 첫째가 다탄두 능력, 두번째는 극초음속 미사일, 세번째가 핵잠수함 개발, 네번째가 정찰위성인데 이 네 가지는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를 만들겠다는 거고, 마지막 다섯번째가 전술핵무기를 얘기하고 있다. 저 발표가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초강대국들만 갖추는 핵개발 능력을 당장 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며 전기도 안 들어오는 북한이 가질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년 6월 다탄두 했다고 하고, 극초음속을 올 1월 성공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핵잠수함은 고전하는 거 같고, 정찰위성은 러시아에서 도움 받아 엔진을 바꿨는데 실패한 상황이다. 최근 러시아가 비교적 민감하지 않은 인공위성 기술을 도와준 흔적들이 있다. 하지만 그걸 북한이 자체적으로 자국 기술로 내재화 단계를 높이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이라 보나.
▲북한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위치를 보면 금싸라기 땅이다. 사실은 북한 때문에 중국하고 러시아 대륙세력과 한국, 일본, 미국까지 연결하는 통로가 다 끊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건 김정은하고 회담을 해서 이런 노른자위 땅인데 못사는 게 말이 되냐, 그니까 미국과 친구가 되자, 비핵화를 하는 대신 경제를 도와주면 북한도 밝은 미래가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인 듯하다. 그게 궁극적으로 한국, 미국,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거니까 그런 딜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보고 싶어하는 거 같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인데 김정은은 사업가가 아니다. 결국 북한은 개혁·개방의 길로 가면 3대 세습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 김정은의 기대는.
▲김정은은 핵 고도화를 통해 확실하게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벌벌 떨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는 것으로, 내용은 얘기 안 하지만 오래 협상해본 사람들은 안다. 여기서 말하는 철폐는 주한미군 철수이고, 한미동맹 해체를 말한다. 이렇듯 북핵 이슈를 바라보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너무나 안 맞기 때문에 과연 딜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저번에 한번 나왔다가 된통 당하고 갔다. 이번에 (북미회담을 하더라도) 두번째 당하면 자기 정권이 흔들릴 거 아닌가. 김정은으로선 확실하게 능력을 보여주기 전까지 섣부르게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랑 뭘 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미대화를) 적극 추진할 거고 (북한은) 미국 입장을 좀 탐색하기 위해 대화가 이뤄질 순 있으나 근본적으로 북한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딜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북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국 패싱 우려가 나오는데.
▲북핵 정책은 진보든, 보수든 차이가 별로 없었다. 우리의 북핵 대응구상은 첫째, 북핵 억지력 확보다. 다음으로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지해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는 노력이다. 세번째가 대화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바이든 정부 때보다 대화에 관심이 있으니 이 세개의 축을 아주 균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화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해서 북 핵보유 지위를 인정해주는 거 아니냐는 우려, 대화 과정에서 한국이 패싱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그런 우려를 너무 할 필요는 없다. 외교가에서 흔히 '친구는 가까이 원수는 더 가까이'란 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 쓰는 게 충격요법이다.
―지난해 합의한 한미방위비 청구서 증액 우려도 있는데.
▲트럼프 2기 정부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재협상을 하더라도 우리로선 작년에 이미 타결이 돼 (국회를) 이미 통과됐으니 더 나은 입지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새 관세정책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 상호, 특별관세를 얘기했다. 보편관세는 미국과 무역하는 모든 나라, 상호관세는 미국에 대해 고관세 물리는 국가들, 특별관세는 중국,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상호관세는 신경 안 써도 되는 거고, 특별과세는 중국에 매기는 거라 사실 우리한테 유리한 측면도 있다. 미국에 중국 제품이 못 들어가니까 대미수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중국에서 미국에 수출 못하는 거 제3시장에 덤핑할 텐데 경쟁이 치열해지니 우리한데 안 좋을 거다. 보편관세는 자동차 수출에 영향이 많다.
―트럼프 2기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그린뉴딜 정책 종료를 선언했는데.
▲당장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아주 부정적이다. 우리 전기차나 배터리 공장 등 (미국에) 지은 것들이 타격을 입게 되니까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정부하고 기업이 하나가 돼서 대응하고 국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 토털사커라고 있지 않나. 전원 수비·전원 공격처럼 지금은 정부, 기업, 국회가 모두 한 팀이 돼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야 한다. 또 미국 공화당 측과 내실 있는 의원외교도 하고 미국 의회에서 대미 산업리스크를 완화시키는 노력, 법안 완화시키는 노력 등을 총체적 외교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미 FTA 개정을 하지 않았나. 지금 아직 개정 얘기는 안 나오고 있으니 미리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담 = 정인홍 정치부장·부국장, 정리=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 김건 국회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 약력 △부산 △57세 △서울대 정치학과 △제23회 외무고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외교부 차관보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 △국민의힘 국제위원장 △제22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제22대 국회의원(비례대표·국민의힘)
haeneni@fnnews.com 정인홍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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