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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대기업 친구는 해외 간다는데… 상여금은커녕 쉬지도 못해" [中企에겐 너무 추운 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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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中企 800곳 조사
휴일 늘어나면 일감만 더 밀려
납기일 맞추려면 공장 돌려야
중기 60%가 임시공휴일 ‘출근’
5인 미만은 초과수당도 불투명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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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정비업체 A사 대표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설 연휴가 하루 늘어난 것이 달갑지 않다. 근무일에 따라 매출 규모가 달라지는데 자금사정도 좋지 못한 상황에서 휴일이 늘면 매출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1월 매출이 이미 지난해 대비 20% 빠져 불가피하게 임시공휴일에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내수진작 등을 위해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중소기업들엔 다른 세상 이야기다. 대기업 근로자들이 받는 상여금은커녕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연휴에도 일할 처지에 놓여 있어서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에 있는 8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중소기업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개사 중 6개사(60.6%)는 임시공휴일에 쉬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중 99.2%는 설 연휴 외 추가 휴무계획도 없다.

구체적으로 제조업은 56.5%가, 비제조업은 64.8%가 임시공휴일에 휴무 실시계획이 없었다. 매출 10억원 이상 기업은 60% 가까이 근무할 예정이었으며, 비수도권의 경우 69.3%가 일할 계획이었다.

■10곳 중 6곳, 임시공휴일에 근무

실제 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일감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한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는 정해진 납기일에 따라 진행되는데,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중소기업은 향후 거래가 어려워지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 제조업체 임원 B씨는 "경기는 안 좋은 상황인데도 납품 기한은 설 연휴와 가까운 탓에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임시공휴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다"며 "주52시간제 등으로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약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소규모 업장은 휴일근무에 대한 초과수당 지급도 불투명하다. 5인 이상 사업장은 법정공휴일에 일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56조에서 정하는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적용돼 통상임금의 150~200%를 휴일근로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인 미만인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C씨는 "쉰다는 건 일이 없어진다는 게 아니라 밀린다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따로 받는 수당도 없는 채로 평소처럼 똑같이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휴일 근무했지만 수당도 없어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원책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제조업의 경우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원청에 납품을 하는 하도급 관계가 많다"며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장을 풀로 가동해야 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반갑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본적인 원인은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기술력, 역량 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성 증가를 위해 교육훈련, 품질관리, 생산계획, 경영능력 향상 등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이 받아들일 역량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는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스마트공장, 디지털화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효율을 높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계가 종속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인 사업주가 명절 휴무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명절 때 원하청 기업이 함께 쉬거나 부득이하게 명절 근로를 해야 하는 경우 보상시스템을 현실화하는 등 상생협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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