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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尹지지자 커뮤니티, ‘서부지법 난동’ 사흘 전 답사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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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법률대리인 “경찰이 공모 여부, 범행 동기 집중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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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의 구속 소식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에 집단 난입한 사태가 발생한 지 이튿날인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모습. /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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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발생하기 수일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구체적 계획을 사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나타났다. 윤 대통령 체포에 분노한 이들이 서부지법을 미리 답사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차량 번호를 공유한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국힘갤)와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비대위갤),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 등 3곳에는 윤 대통령 체포일인 15일부터 서부지법 사태가 벌어진 19일까지 27만40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판들은 윤 대통령 2030 지지자의 온라인 집결지로 알려진 곳이다. 실제로 이번 서부지법 사태로 체포된 현행범의 51%가 2030 청년이다.

지난 15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자 난동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게시판에는 체포를 막지 못한 기존 탄핵반대 집회가 ‘가두리 시위’, ‘콘서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적극적 실력행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튿날인 16일 오전에는 서부지법에 모여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저지하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 이날 저녁 지지자 200여명이 실제로 서부지법에 집결했다. 이들은 ‘인간 띠’를 만들었고 비대위갤 운영자인 유튜버 ‘박광배’ 등이 생중계했다.

오후 11시 36분 미정갤에는 “여태까지 평화시위하면서 이뤄진 게 뭐가 있었느냐.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동안 웃고 있던 건 이재명”이라는 닉네임 ‘ㅇㅇ’의 글이 올라와 10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신중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프락치”로 몰렸고,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현장을 촬영한 유튜버들도 “경찰이 버스로 시위대를 밀어버렸다”는 등의 과장된 주장을 확산해 불씨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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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난동 사흘 전인 지난 16일 서부지법 후문으로 와달라는 내용의 비대위갤 게시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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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 사흘 전인 16일 오후부터 커뮤니티에는 담벼락 높이 등 서부지법 구조를 분석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16일 오후 8시 비대위갤에는 서부지법 후문 쪽 담벼락 사진과 함께 “서부지법 후문으로도 와줘. 담이 낮아서 여기로 진입하러 올 수도 있을 거 같고”라는 내용의 사전 답사로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고닉○○뗌’도 오후 8시 31분쯤 미정갤에 “담이 내 머리보다도 낮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이후 후문 쪽 담을 넘어 진입한 뒤 물리력을 행사하자는 구체적 모의가 시작됐다. 오후 10시 6분 미정갤에 ‘ㅇㅇ’이 “후문으로 가서 담 넘고 경찰 스크럼 깨버릴 것”이라고 적자 또 다른 ‘ㅇㅇ’이 댓글을 남겨 “담 XX 낮은데 남자는 무조건 넘는다. 간다”고 호응했다. 이튿날인 17일 오전 1시 37분에도 ‘파사르’가 “저항권으로 유리창 깨서 진입하고 이런 거 되지? 사람만 많으면 뒤쪽 담장을 넘어서 유리창 깨서 진입해도 될 거 같은데”라고 묻자 “가능은 함”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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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차량 번호 공유하는 디시인사이드 누리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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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전날인 17일에는 공수처 차량의 차종과 번호도 공유됐다. 오후 3시 39분쯤 ‘스닥콜옵여왕브로냐’가 미정갤에 “차량 번호를 조회해보니 관용차 맞으니 여기 깔고 있을 애들 잘 기억해두라”는 댓글을 남기자 ‘ㅇㅇ’은 “집회가 목적이 아니라 영장 발부 못 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맞장구쳤다. 또 다른 ‘ㅇㅇ’도 “타이어에 펑크 내야 된다”는 댓글을 달았다.

심사 당일인 18일에는 경찰 배치 등 법원 안팎 상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글이 채워졌다.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가 18일 새벽 집회 현장에서 연설하는 유튜브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자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배 변호사는 “대통령께서 지금 여러분의 모습을 지켜보고 계신다”며 “젊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미래를 열고 있는 곳이 이곳 서부지법 앞”이라고 말했다. 국힘갤의 ‘ㅇㅇ’은 이를 “대통령 입장에서는 불법시위를 하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다”며 “대놓고 국민 저항권을 사용할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정갤에는 낮 12시 11분 ‘ㅇㅇ’이 “담을 넘어서 건물 자체를 막자”는 글을 시작으로 법원 월담을 선동하는 글 수십 건이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뒤따라 비대위갤에도 오후 4시 16분 “압사가 무서워서 담 넘었다고 하면 된다”는 글이 게시됐다. 오후 5시 30분쯤부터 일부 시위대의 월담이 시작됐다. 오후 5시 41분 ‘비대위갤러’는 비대위갤에 “경찰 인력 없는 곳. 담 넘을 사람은 참고하라”며 사진과 함께 담 위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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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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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가 임박하자 커뮤니티에는 폭력이 필요하다며 선동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전 1시 6분 미정갤에는 “폭력시위를 준비하자”는 글이 올라와 27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ㅇㅇ’은 “기각이든 인용이든 신경 쓸 때가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하나의 목적으로 내전까지 각오할 집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전 3시쯤 발부 소식에 지지자들이 격앙돼 후문으로 몰려들었고, 커뮤니티에도 현장 중계 유튜브 주소가 공유되며 “후문으로 화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3시 7분 비대위갤에서는 ‘Easyhoon2’이 ‘내부 진입할 거냐’고 묻자 ‘StopTheSteal’이 “ㅇㅇ”(그렇다)이라고 답했다. ‘ㅇㅇ’도 “바리케이드 뚫렸다. 들이받아 XX”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약 13분 뒤인 3시 20분쯤 시위대는 후문을 통해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힘갤과 비대위갤, 미정갤 등 3곳에는 “혁명이 시작됐다”, “경찰 보이면 그냥 싹 다 패버려라” 등의 글이 총 5000여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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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난동 당시 비대위갤 게시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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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 10분 ‘빤다크홈’은 비대위갤에 “확실하게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얼굴에 복면 착용은 필수다. 오늘 힘 싸움할 때 (군대 전투화를) 신었는데 효과 좋다. 빠루 제외 날류는 쓰지 말고 둔기를 추천한다”고 적기도 했다.

18∼19일 이틀간 체포된 90명 중 최소 3명은 커뮤니티에 ‘인증글’도 남겼다. 오전 3시 49분 ‘단웅제’는 비대위갤에 경찰버스 내부 사진과 함께 “체포됐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썼다. “구경하다 잡힌 거라고 밀고 나가라”, “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우겨라” 등의 댓글이 달렸는데 경찰 조사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진술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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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수 변호사.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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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들의 법률대리인 측은 “경찰이 피의자들에게 공모 여부와 범행 동기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명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법무법인 추양 가을햇살 소속의 유승수 변호사는 “피의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누구랑, 어떻게, 왜 법원 안으로 들어갔는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며 “주로 시청하거나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피의자에 대한 휴대폰 임의제출이 사실상 압수처럼 이뤄졌다”며 “경찰이 휴대폰을 유튜브 검색 기록을 뒤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특정 채널을 본 기록이 있으면 해당 채널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남들과 해당 영상을 공유했는지 묻고 시청 기록에 별다른 게 없으면 기록을 삭제한 게 아닌지도 추궁했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경찰이 말 그대로 없는 공모사실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손괴 행위를 주도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대부분의 구속영장에 ‘7층 영장판사실을 수색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건물까지 들어가지 않고 경내에 머물렀는데도 구속시키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경찰이 피의자들에게 7층 판사실 침입 여부에 대한 질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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