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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나 오타니야! 돈 보내줘"…배신한 前 통역사, 충격 음성 증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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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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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를 사칭해 오타니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려 했다는 육성 증거가 나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미즈하라와 은행원의 통화 음성 파일 내용을 공개했다.

미즈하라는 음성 파일에서 은행원이 미즈하라에게 "지금 나와 통화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자, "오타니 쇼헤이"라고 답했다. 오타니의 돈을 유용하기 위해 오타니를 사칭한 것이다.

은행원은 '2단계 인증 절차'를 거쳐 미즈하라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전달된 6자리 숫자를 요청했다. 오타니 계좌에 연결된 전화번호는 미즈하라의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했다.

2단계 인증 절차를 통과하자 은행원은 "최근 사기 문제로 온라인 거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며 "온라인 송금이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미즈하라는 "자동차 구입 문제"라고 답했다. 수취인과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내 친구다. 자주 만난 사이"라고 밝혔다. 돈을 받는 수취인은 미즈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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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검찰은 이 음성 파일을 '미즈하라가 보안 조치를 우회해 오타니의 온라인 계좌 정보에 자신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등록한 뒤, 은행에 반복적으로 송금을 요청했다'는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미즈하라는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일하며 오타니와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닛폰햄에서 활약한 뒤 2018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 진출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진출 때 함께 태평양을 건넜다. 오타니는 자신의 전담 통역으로 미즈하라를 고용했다. LA 에인절스 시절은 물론 오타니가 지난해 다저스로 팀을 옮겼을 때도 인연을 이어갔다.

오타니도 미즈하라를 가족처럼 생각했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 치러지는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식 개막식에 출전하기 전 자신의 아내와 잇페이, 팀 동료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사진을 촬영한 모습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단순한 비즈니스적인 관계 이상으로 미즈하라를 아끼고 존중했다.

하지만 미즈하라는 오타니를 배신했다.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약 219억 원) 이상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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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는 여기에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오타니의 계좌를 이용해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 등에서 야구 카드 약 1000장을 약 32만5000달러(약 4억 4500만원)에 구매한 혐의도 있다.

미국 검찰 조사 결과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당했다. 오타니에게 도박 대금 1700만 달러를 반환하고 미국 국세청에는 114만 9400달러(약 15억 8000만 원)의 세금과 이자,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미국 연방 검찰은 지난 24일 미즈하라에게 4년 9개월의 금고형과 보호관찰처분 3년을 구형했다.

미즈하라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나와 아내는 미행당하고, 협박을 받는 등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도 실직했다"고 "당장은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미즈하라가 18세부터 도박 중독에 시달렸다. 오타니와 미국 구단으로부터 급여를 받긴 했지만, 24시간 연중무휴로 대기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임금이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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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연방 검찰은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2022년 25만 달러(약 3억 5000만 원), 2024년 50만 달러(약 7억 1000만 원)라는 높은 연봉을 받았다. 전 세계 모든 통역사를 통틀어 최고 대우였다.

오타니는 여기에 미즈하라에게 추가로 돈을 주고, 고급 차량인 포르쉐 카이엔을 선물하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호의를 원수로 갚은 셈이다.

미즈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면서도 "나는 야구 선수이자 인간으로서 오타니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오타니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신뢰를 저버린 행동에 진심으로 사과한다"의 반성의 뜻도 표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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