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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악몽 같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치열한 리그의 수준과 압박감이 어떤가를 몇 분 만에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일 머니'가 인수한 뒤 맨체스터 시티에 입단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 압두코디르 후사노프가 데뷔전 뒤 눈물을 흘렸다. '우즈벡 김민재'라는 별칭까지 한국에서 얻은 그의 첫 경기는 김민재급은 아니었다.
신고식은 혹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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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2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첼시를 상대로 3-1 역전승을 거두었다.
최근 극도의 부진에 빠진 맨시티가 난적 첼시를 이기면서 반등 곡선을 그렸다는 점에선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우즈베키스탄 축구사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뛰어든 후사노프는 고개를 숙였다. 데뷔전에서 치명적인 실수와 불안정한 경기력으로 맨시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후사노프의 데뷔전은 맨시티 입단 5일만에 치뤄졌다. 올해 21살인 후사노프는 이번 시즌 전반기 프랑스 리그1 베스트11에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경기력을 인정받은 듯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날 베테랑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와 센터백 콤비를 이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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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분 만에 사고가 났다. 후사노프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첼시가 롱볼 패스로 공격 시도할 때 후사노프가 뒷공간으로 떨어진 공중볼을 받아 골키퍼에게 주려고 머리로 백패스를 했는데 이게 잘못 맞아 바로 옆에 있던 첼시 공격수 니콜라 잭슨에게 향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는 리그1이 아니었다. 잭슨이 곧장 옆으로 달려들던 노니 마두에케에 배달, 그의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첼시는 선제골을 손쉽게 주웠다. 후사노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실수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실점 직후에도 후사노프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실점 1분 뒤 첼시의 콜 파머에게 깊은 태클을 시도하다 옐로카드를 받으며 팀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겼다. 후사노프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안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후반 9분 존 스톤스와 교체되면 경기장을 떠났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사실상 문책성 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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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후사노프의 데뷔전 모습에 대해 "그는 영어를 하지 못해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지만 괜찮을 거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감쌌다.
이어 "팀 동료들이 그와 함께하며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앞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아질 것이다"라면서 이제 갓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21세 수비수의 첫 시작을 응원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첼시전 앞두고도 "후사노프가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도 잘 하지 못한다"며 걱정을 적지 않게 했다. 수비는 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팀플레이 이전에 개인 기량을 더 증명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입단 5일 만에 후사노프의 선발 출전을 강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해 훈련을 한 두 번밖에 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스톤스를 선발로 출전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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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지 언론들은 후사노프의 데뷔전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BBC는 "후사노프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악몽과 같았다. 선제골을 내준 실수는 끔찍했고, 그는 경기 내내 두려운 모습이었다"고 혹평했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이자 현재 방송 패널로 활동 중인 개리 네빌은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에서 "초반 3분동안 너무나 안쓰러워서 '과연 몇 분이나 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며 "힘든 출발이었다. 하지만 후사노프는 여전히 젊고, 성장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설자 제이미 레드냅은 "후사노프를 선발로 기용한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수비수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데뷔하는 것은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는 이제 막 이 나라에 도착했고 팀은 수비적으로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 환경에서 데뷔시킨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실수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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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좋지 못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후사노프가 교체되는 순간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 동료들의 반응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후반 9분 후사노프가 교체될 때 동료들은 벤치에서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를 직접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개리 네빌은 이를 두고 "교체될 때 동료들과 코칭 스태프가 보여준 지지가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팀의 따뜻한 분위기가 후사노프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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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맨시티는 후사노프의 실책으로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슈코 그바르디올, 엘링 홀란, 필 포든 연속골이 터지면서 3-1 역전승을 거두며 프리미어리그 4위로 다시 올라섰다.
후사노프는 3360만 파운드(약 600억원)의 이적료롤 맨시티와 4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가운데 스톤스가 복귀했기 때문에 향후 얼마나 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프리미어리그를 놀라게 한 데뷔전이었다.
사진=연합뉴스 / 맨시티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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