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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금)

잡초같은 다저스 투수 밴다, ML 8년 만에 첫 '연봉조정' 자격 얻어낸 '인간승리' [이상희의 메이저리그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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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불펜투수 앤서니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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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불펜투수 앤서니 밴다가 메이저리그에서 뛴지 무려 8년 만에 첫 연봉조정 자격을 얻었다. 다저스와 밴다는 최근 상호합의 하에 2025시즌 연봉 100만 달러(약 14억 3250만원)에 계약했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스캇 태너 등 수 천만 달러의 고액선수가 즐비한 다저스에서 연봉 100만 달러는 티도 안나는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밴다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그에게 첫 연봉조정 자격을 통해 얻어낸 100만 달러는 오타니의 연봉 수 천만 달러보다 더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인 밴다는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3라운드에서 애리조나의 지명을 받았지만 지명순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프로대신 주니어 칼리지(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2년 10라운드에서 밀워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드래프트 재수끝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프로진출 5년 뒤인 그것도 애리조나로 트레이드 된 후인 2017년에 했다. 당시 총 8경기(선발 4회)에 등판한 그는 2승 3패 평균자책점 5.96의 성적을 올리며 나름 가능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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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시절의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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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는 이런 밴다의 잠재력을 보고 그를 2018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유니폼을 갈아 입은 밴다는 2018년 1승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부상으로 단 3경기 밖에 나오지 못했다. 2019년에 복귀한 밴다는 또 다시 부상에 발목을 잡히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왼손투수 밴다에게 2020년에도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는 총 4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10.29로 무너지고 말았다. 탬파베이와 결별하게 된 결정적이 사유가 됐다.

이후 밴다는 '뉴욕 메츠-피츠버그-토론토-뉴욕 양키스-워싱턴'를 거쳐 지난해 지난해 5월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당시 그는 클리브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지만 이적 후 단 이틀 만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하는 행운을 잡았다. 당시 다저스 투수진에 부상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8년간 총 8개 팀을 옮겨다닌 밴다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등판하는 경기마다 사력을 다해 던졌고, 결국 그는 지난해 총 48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3.08의 호투를 펼쳤다. 승수와 투구이닝 모두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 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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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밴다는 2024년 포스트시즌에서도 총 10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13의 짠물투구를 펼치며 다저스의 마운드를 튼튼하게 받쳐줬다. 총 8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볼넷은 6개를 허용했지만 탈삼진도 11개나 솎아내며 소속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를 재패하는데 일조했다.

메이저리그는 서비스타임 3년을 채운 선수에게 연봉조정 자격을 준다. 빅리그 데뷔도 힘들지만 데뷔 후 살아남기도 힘든 무한경쟁 무대에서 3년을 잘 버텼다고 주는 일종의 당근인 셈이다. 그 당근을 밴다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무려 8년 만에 처음 경험한 것이다.

많은 선수들은 이런 긴 기다림과 무한경쟁에 지쳐 스스로 유니폼을 벗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쓰러지고 일어서고를 수 없인 반복한 끝에 첫 연봉자격을 취득한 밴다의 100만 달러 연봉은 그래서 더 값어치 있고, 소중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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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다는 최근 MLB 네트워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저스가 영입한 불펜투수 태너 스캇에 대해 "같은 왼손투수로 그의 팬이었다"며 "스캇이 어떻게 잘 던지는지 궁금했고, 늘 부러워 하며 지켜봤다. 그런 선수와 한 팀이 되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스캇의 다저스 합류는 밴다에겐 혹 위협이 될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고액연봉이 곧 팀내 권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밴다의 자세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자신의 불안한 팀내 위치를 걱정하기 보다 오히려 스캇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밴다의 긍정적인 면이 올 시즌 그의 활약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다저스, 탬파베이 구단 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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