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영부인이 된 모습을 상상한 적 있으세요?
답변: 네, 저는 재클린 케네디나 베티 포드같이 아주 전통적인 영부인이 될 것 같아요.
질문: 그가 부자여서 만나나요?
답변: 사람들이 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아름다운 집, 차, 비행기와는 함께 살거나 대화하거나 포옹할 수 없어요. 사람을 그저 공허하게 만들 뿐이죠.
질문: 남자 친구가 대통령직에 도전할까요?
답변: 네, 그는 언젠가 대선에 출마할 거 같아요. 그는 똑똑한 사업가예요.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겁니다.
-1999년 멜라니아 여사의 ABC 방송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이 만나는 남자가 대통령을 꿈꾼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와 결혼했다. 둘이 연애 중이던 2000년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미 대선 출마에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 ‘정치인 트럼프’의 태동기는 트럼피디아 2화에서 살펴봤다.
![]() |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당에서 첫 서명 행사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는 멜라니아 여사의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일 취임식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거대한 챙이 돋보이는 모자를 쓰고 눈을 가린 채 나타나자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반기지 않고 있다’는 웃지 못할 불화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1998년 52세 사업가와 28세 모델로 만났다. 둘은 7년간 연애한 후 2005년 결혼했다. 부부는 22일 백악관에서 결혼 20주년을 맞이했다.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이들의 ‘부부의 세계’를 살펴봤다.
● “우리는 매우 주체적인 부부”
멜라니아 여사는 유고슬라비아(현 슬로베니아) 출신 이민자다. 모델 활동을 위해 대학을 중퇴한 후 1992년 서유럽으로 이주했고 이후 1996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24세 연상인 남편을 만난 건 1998년 패션위크 기간에 열린 파티에서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부인과 막 이혼한 52세 바람둥이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두 사람은 2005년 결혼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이듬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2006년 태어난 아들 배런이 있다.
멜라니아 여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말랑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그의 다정함에 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회고록에서는 “사석에서 그는 부드럽고 사려 깊은 신사였다. 대중이 아는 모습과는 달랐다”고 했다. 2011년 인터뷰에서는 “남편은 이해심이 많은 편”이라며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흔쾌히 존중해준다. 그런 식으로 내게 힘이 되어준다”고 말했다.
부부의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책을 쓴 메리 조던 워싱턴포스트(WP) 부국장은 “언뜻 정반대로 보이는 멜라니아와 트럼프는 자신의 영역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에서 깊게 통한다”고 분석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부부 생활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저희의 부부 관계는 매우 좋아요. 저희는 주체적인(own) 사람이에요. 저는 저고, 그는 그죠. 이게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그를 바꾸려고 들지 않고, 그도 저를 바꾸려 들지 않죠.”
-2016년 MSNBC 인터뷰
“제 남편 같은 남성과 결혼하려는 여성은 져야 할 책임이 커요. 저희 부부는 각자의 역할이 뭔지 잘 알고 있어요. 각자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고요. 저희는 둘 다 매우 독립적인 사람입니다.”
-2015년 페런팅 매거진 인터뷰
![]() |
미 대중지 피플의 2015년 10월호 표지 모델로 나선 트럼프 가족. 사진 출처 피플 웹사이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부부 생활에 대해서 어떻게 말했을까. 그는 1997년 낸 자서전에서 “세상에는 손이 많이 가는 여성도, 적게 가는 여성도 있다. 나는 아예 손이 가지 않는 여성을 원한다”고 적었다. 2005년 CNN 인터뷰에서는 “멜라니아는 (명품 매장이 모여있는 뉴욕의) 5번가나 매디슨가에서 예쁜 걸 보고 사달라고 하거나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정치 인생 조력자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꿔다놓은 보릿자루(wallflower)가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백악관 고위급 인사도 멜라니아와 상의하곤 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6년 마이크 펜스 전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때 결정적 영향을 끼쳤고, 백악관 입성 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선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이 2019년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는 언제든 자기 생각을 남편에게 말할 수 있고,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팔꿈치로 남편 옆구리를 찌를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 |
2018년 미국 백악관을 찾은 이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부부(왼쪽부터). 워싱턴=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가 2023년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와 인터뷰에서 ‘친한 영부인’으로 멜라니아 여사를 꼽으며 설명한 일화도 흥미롭다.
“멜라니아 트럼프는 되게 다정합니다. 하지만 남편을 꽉 잡고 있어요. 파티에서 멜라니아가 자기 손목을 톡톡 치잖아요, 그럼 남편도 갈 시간이 됐다는 걸 눈치채요. 그러고는 일어나죠. 그녀는 당찬(une forte personnalité) 사람이에요.”
멜라니아 여사는 부부가 의견 차이를 보일 때 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는 13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저를 그저 대통령의 부인으로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 두 발로 서서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저만의 ‘예’, ‘아니오’가 있고, 남편의 말과 행동에 언제나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과 동의하지 않을 때는) 조언을 합니다. 남편이 제 말을 들을 때도 있고요, 안 들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 자신의 이야기에 통제권 쥐게 되다
1기 때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리던 그는 최근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회고록을 낸 데 이어 현재 자신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 역대 영부인 중 최초다. 그는 제작 동기에 대해 “자서전이 크게 성공했고, 내 얘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 |
자서전 출간을 기념해 언론과 인터뷰하는 멜라니아 여사(오른쪽). 중앙 탁상에는 멜라니아 여사의 자서전이 올려진 모습이다. 사진 출처 멜라니아 여사 인스타그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멜라니아 여사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직접 편집권을 갖는 조건으로 제작·배급권을 가진 아마존과 계약했다. 자신의 서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연내 공개된다고 한다. 역대 가장 비(非)전통적인 ‘전통적 영부인’을 추구하는 멜라니아 여사. 그는 4년 뒤 어떤 모습으로 임기를 마치고 싶어하는 것일까.
3화 요약: 트럼프 부부는 ‘운명 공동체’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20년째 해로하고 있다. 정치적 조언을 주고받고, 의견 차이도 터놓고 말하는 사이라고 한다. 남편의 ‘대통령에 대한 열망’을 알고도 결혼했다.
4화 예고: 우리가 잘 몰랐던 ‘영부인 멜라니아’는 어떤 사람일까. 멜라니아 여사의 성격과 가치관을 살펴봤다. 트럼프 1기 때 그의 행적과 회고록 내용도 짚어봤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