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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올해 사람 못 뽑아요"…튼튼한 줄 알았던 韓경제 허리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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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인의 날 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2.16.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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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수와 고용·매출 등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외형적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설비투자는 줄어드는 등 내실은 빈약했다. 중견기업들은 올해 탄핵정국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이 큰 탓에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와 고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정부가 1년 단위로 발표하는 '중견기업 기본통계'(2023년 기준)를 보면 국내 중견기업 수는 총 5868개사로 전년 대비 292개사(5.2%) 늘었다. 대기업 성장·중소기업 회귀·휴폐업 등 744개 기업이 중견기업에서 빠졌고, 1036개 기업이 새로 진입했다.


외형적으론 성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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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견기업 수는 2021년 5480개 이후 2년 연속 늘었다. 종사자 수도 17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7000명(7.4%) 증가했다. 제조업에서 67만8000명(5.8%), 비제조업에서 102만5000명(8.4%)이 늘었다.

매출액도 984조3000억원으로 22조9000억원(2.4%) 늘었다. 매출은 제조업 부문(1.6%)과 비제조업 부문(3.2%) 모두 증가했다. 제조업 부문에선 자동차(15.7%), 식음료(7.7%), 바이오헬스(5.1%) 분야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비제조업 분야는 법률·회계·연구·컨설팅 등 전문과학기술(13.4%), 정보통신(9.3%)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자산 규모는 1227조3000억원으로 1년 사이 130조6000억원(11.9%) 늘었다. 2020년 988조900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 1034조1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긴 뒤, 2022년 1096조7000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견기업 수, 고용, 매출액, 자산 모두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20년 이래 역대 최대치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조5000억원(-18.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37조1000억원에서 2021년 53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었다. 이후 2022년 58조원까지 증가했지만 2023년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총 투자금액도 31조1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20.1%) 대폭 감소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2.1% 늘었으나, 설비투자가 27.1% 크게 추락했다. 설비투자 감소도 기저효과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투자와 고용 모두 줄어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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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1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인의 날 행사에서 중견기업 역동적 혁신성장 선언 세리머니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2.16.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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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견기업 상황은 좋지 않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여파로 나타난 탄핵정국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안갯속에 놓인 형국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보편관세'를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으로 수출 중견기업 등에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20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6~1.7%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1%대 성장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국내 중견기업의 50.4%는 올해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조사 대비 8.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중견기업 8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불확실한 시장 상황(38.2%) △경영 실적 악화(19.6%) 등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 탓에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투자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49.6%의 중견기업 중에서도 전년 대비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중견기업은 41.5%에 그쳤다.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35.8%), 줄일 것(22.7%)이란 응답은 절반을 상회하는 58.5%에 달했다.

채용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조사대상 중견기업의 40.6%는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59.4%의 중견기업의 약 절반(52.6%)만 전년만큼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감소를 전망한 기업은 지난해 7월 하반기 채용 감소 전망(15.9%)보다 10% 포인트 증가한 25.9%에 달했다.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중견기업들은 △실적 악화 및 수요 감소(40.7%) △비용 절감(30.1%) △경기 악화 우려(15.4%)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중견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증대 등을 위해 세제 혜택 확대와 내수 활성화, 정책 금융 강화, 산업 단지 및 지방 소재 기업 인프라 조성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중견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원활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책금융의 문턱을 과감하게 낮춰야 한다"며 "노동, 환경, 세제 등 법·제도 환경을 시급히 개선하는 것도 중견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실효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금융·세제·수출·인력·연구개발(R&D) 등 중견기업 맞춤형 정책을 준비 중이다"며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애로 및 규제 발굴·개선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담은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올해 상반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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