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트럼프 행보에 달린 고관세·고환율·고물가 위기
내수·수출 동시 둔화에 설상가상…"자체 성장동력 모색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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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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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경제가 안개 속에 갇힌 모양새다. 앞으로 트럼프 2기 정책이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따라 우리 경제는 고관세, 고환율, 고물가의 '삼중고' 위기를 맞으면서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당일 46개의 행정조치에 서명하면서, 미 상무부 등에 △불공정 무역행위 △국외수입청 설립 타당성 △대중 경제·무역 관계 등 조사 결과를 4월 1일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한은 워싱턴 주재원은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무역 흑자국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날 당초 우려됐던 보편 관세 등 고강도 통상 정책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단기적으로 고조됐던 우려는 해소됐으나, 중장기 행보에 따라 불거질 불확실성까지는 완화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대외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공약한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8.4~14.0% 감소하고, 올해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 대비 0.1~0.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계엄 사태와 내수 경기 침체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11월 기댓값(1.9%) 대비 0.2%p 낮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경제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잠재 성장률 추정치 2%를 0.3~0.4%p가량 확연히 밑도는 수치인 터라, 보편 관세 부과로 나타날 성장률 하락 폭은 뼈아픈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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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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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 고환율에 따른 피해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확대된 불안은 국제 금융 시장을 집어삼키면서 달러 강세를 키우고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등에 달러·원 환율은 143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12월 한때 1470원을 넘겼던 수준에 비해 낮아진 것일 뿐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2년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 당시를 제외하면 우리 경제가 겪어본 적 없는 고환율에 해당한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실적 악화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수입 물가는 지난해 9월(-3.7%) 바닥을 찍고 12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달러 기준 수입 물가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원화 기준 물가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연내 환율 추이를 둘러싼 높은 불확실성이다. 올해 1분기(1~3월) 환율은 1500원 선을 위협했던 작년 말보다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대다수 외환시장 전문가의 예측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펼칠 정책과 돌출 발언 등에 따라 희비를 오갈 것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는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한국 정책 당국이 성장 우려보다 외환 불안 방어를 우선하는 정책을 수행하면서 원화 상승세가 다소 꺾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한국에 대한 특정 관세 부과 여부 등이 향후 원화 가치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기업 비용 상승은 물론 국내 물가 상승도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대규모 재정 정책과 고강도 이민 규제 등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공산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미국의 고물가 피해가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한국으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내 물가 상승이 미국에만 머물렀던 경우는 역사적으로 드물다"며 트럼프 발 고물가 전이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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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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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눈앞에 다가온 고관세, 고환율, 고물가 '삼중고' 위기는 울고 싶은 한국 경제의 뺨을 때린 격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계엄 사태로 인한 내수 침체 장기화와 올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수출 둔화로 인해, 내수·수출 어느 곳에도 기댈 수 없는 막막한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2기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풀이된다.
일부 해외 경제 분석기관에서는 올해 우리나라가 1.1% 성장에 그친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까지 2% 선을 넘어 불안해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발생 위험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이 우려보다는 지연되거나 유연하게 추진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 국내 수출에는 부담을 줄 공산이 크다"며 "지난해 국내 경기를 대미 수출이 견인해 온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라 수출 경기가 큰 타격을 받을 위험은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GDP 성장률 예상치를 1.5%로 낮추면서 트럼프 리스크에 따라서는 성장률 추가 둔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수출 등 대외 부문에서 경기 상승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우리 경제 스스로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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