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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나탄 라즈쿠마르 미국 카네기멜런대 조지 웨스팅하우스 전기·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 - 인도 마드라스대 전자·통신학, 카네기멜런대 전기·컴퓨터공학 석·박사, 전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전 카네기멜런대 소프트웨어 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카네기멜런대 |
“로보택시(Robotaxi·자율주행 택시)는 제한속도를 포함한 도로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당장은 더 많은 교통 체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고 자가용과 개인 주차장 수요를 줄이게 될 것이다. 로보택시 대중화는 피할 수 없다.”
라구나탄 라즈쿠마르(Ragunathan Raj-kumar) 미국 카네기멜런대(CMU) 조지 웨스팅하우스전기·컴퓨터터공학 석좌교수의 예측이다. CMU는 미국 내에서 자율주행 연구(1984년)를 처음 시작한 곳으로, 자율주행차의 고향(birthplace)으로 꼽힌다. 라즈쿠마르 교수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CMU 자율주행연구소를 이끌어, 전 세계 자율주행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CMU는 그동안 자율주행 연구의 필요성을 보여준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율주행차 경주 대회인 ‘그랜드 챌린지’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다. 2004년 모하비사막에서 열린 첫 대회에서 완주한 차는 한 대도 없었지만, 이듬해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 CMU는 2위를 차지했다. CMU는 나아가 2007년 대회 코스를 사막에서 도심으로 바꾼 ‘어반 챌린지’에서 스탠퍼드대, 버지니아공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코넬대, 펜실베이니아대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여준 것이다. 당시 대회에 참여한 CMU 학생들은 이후 구글과 테슬라 등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고 있다.
라즈쿠마르 교수는 “전 세계에서 130만 명이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라며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는 교통사고를 줄일 대안으로 충분히 우리 사회에 수용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보택시의 근간인 자율주행 기술이 시작된 계기는.
“2004년 DARPA의 그랜드 챌린지가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 필요성을 대중에게 알린 계기가 됐다. 하지만 CMU는 그 이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CMU는 2007년 도심에서 열린 세 번째 그랜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도심에서도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는 자율주행차를 보유하는 것을 ‘만약’에서 ‘언제’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세 번째 대회에 직접 참석해 자율주행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구글 자율주행 연구의 영감이 거기서 시작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공 도로 운행을 시작한 뉴로(NURO·웨이모의 엔지니어가 설립한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살레스키, 볼보와 자율주행 트럭을 공개해 화제가 된 오로라(Aurora) 창업자인 크리스 엄슨 등이 당시 CMU 팀에서 활동한 대표 멤버다.”
가까운 미래에 로보택시가 대중화할 것으로 보는가.
“로보택시 대중화는 앞으로 피할 수 없다. 이미 구글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초기 배치됐다. 물론 악천후 등 운영하는 데 제약은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적 문제는 수년 내 해결될 것이다. 그렇다고 향후 몇 년 내 로보택시가 기존 차를 대신할 정도로, 대규모로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규모 배치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로보택시는 충분히 수용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30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현재 로보택시의 문제점은.
“현재 나온 로보택시는 대당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값비싼 다중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폭우, 폭설, 짙은 안개 등 열악한 기상 조건에서는 성능이 떨어진다. 교통 체증이 심한 상황에서도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 도로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설 현장이나 사고가 나 통제되는 상황 등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도로에서는 예기치 않은 새로운 상황이 비정기적으로 생기는데, 대응력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로보택시가 사람 운전자에게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반응할 수 있어,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로보택시가 도로 환경, 교통 체증, 자동차 보험 등에 어떤 영향을 줄까.
“초기 로보택시 배치는 더 많은 교통 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로보택시는 제한속도를 포함한 도로 규칙을 엄격하게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로보택시는 도로에 다른 차가 한 대도 없는 상황에서도 제한속도 내에서 움직이고,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정차하지 않는다. 현재 로보택시는 매우 보수적(안전한 방향)인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도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될 것이다. 로보택시는 자가용을 대신할 것이다. 이에 따라 자가용을 위한 개인 주차장, 자동차보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로보택시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 간 충돌, 그에 따른 부상 및 사망률이 급격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자동차보험 수요와 보험료가 크게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단기적으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분명하게 일어날 일이다.”
로보택시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로보택시 대중화에는 크게 자동차 제작, 운영, 지원(유지·보수) 등이 필요하다. 현재는 이 세 가지가 한 번에 이뤄지고 있지만, 구글 웨이모 같은 선두 업체가 관련 제작만 담당하고 운영과 지원 등을 다른 업체에 이전할 경우 로보택시 산업 확산은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다. 로보택시는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로보택시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내 다양한 센서와 통신망이 있어야 한다. 이런 장치는 전원 공급이 가능한 배터리가 있는 전기차(EV)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결국 로보택시는 EV에 최적화돼 있다는 의미다. 로보택시는 필연적으로 EV로 전환과 연결돼 있다. 로보택시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로보택시를 개발 중인 기업이나 도입을 준비 중인 지자체에 할 조언은.
“로보택시를 개발하고 있다면, 최신 기술 트렌드와 함께 로보택시가 창출할 기회·경제성·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경우 로보택시가 공공 안전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살펴야 한다. 교통 약자에 대한 이동성 증대, 고령 운전자 사고 감소 등 다양한 이점이 있지만, 기존 운송 노동자 일자리 문제 등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로보택시 대중화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해 대응해야 한다.”
Plus Point
자율주행차 실용화 이끈 DARPA ‘그랜드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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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DARPA 어반 챌린지에서 우승한 카네기멜런대 자율주행차. 카네기멜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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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DARPA 주최 자율주행차 경주 대회 그랜드 챌린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서 열렸다. 군사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기획된 이 대회는 사막 내 240㎞를 자율주행으로 완주하는 팀에 상금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15개 팀이 참가했지만 완주한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카네기멜런대가 15개 팀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했는데, 고작 11.78㎞에 불과했다. 두 번째 대회에는 23대의 자동차가 참가했고 다섯 대가 완주했다. 스탠퍼드대가 1위를 차지했고 카네기멜런대가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DARPA는 2007년 경주 코스를 사막에서 도심으로 바꿔 세 번째 대회를 열었다. 폐쇄된 공군기지 96㎞를 6시간 내 완주해야 하는 대회로, 대회 이름도 ‘어반 챌린지’로 바꾸었다. 어반 챌린지는 앞서 열린 그랜드 챌린지보다 더 엄격하고 복잡한 규칙이 적용됐다. 모든 교통 규칙을 지키는 동시에 다른 차를 인식해 피하도록 했다. 사거리, 로터리, 일방통행로, 고속도로 진출입로 등이 경주 코스에 포함됐다.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화를 넘어 다른 차를 인식하고 다른 차와 상호작용하며 상황을 지능적으로 판단하는 것까지 추가한 것이다. 카네기멜런대는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코노미조선=윤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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