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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0 (목)

“중국 전기차, 수년 내 한국서 존재감…가성비 경쟁 치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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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가성비의 중국 자동차와 경쟁하려면, 우리 기업도 그만큼 가성비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길 방법이 없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자동차 분야 전문가로,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에서 수석 대표를 지내, 중국 산업 전문가로도 통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발전의 시작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지원하던 가운데,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내연기관차 대신 배터리 공급망이 갖춰진 전기차(EV)로 지원 정책을 모으게 됐다. 이후 관련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산업계에 투자금이 쏠리고 수백 개 업체가 경쟁하기 시작하니, 제품 가격과 품질이 빠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을 만나 우리 정부, 산업계의 대응 방안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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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서울시립대 경제학 학·석·박사, 전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 수석대표, 전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 부장, 전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 본부장 /사진 이은영 기자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 차는 한국 제품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나.

“가성비가 압도적이다. 1월 16일 국내에 공식 선보인 비야디(BYD)의 ‘아토3’를 비슷한 사양의 기아 ‘니로’와 비교하면, 아토3의 항속거리가 더 길고 차체와 디스플레이 크기가 더 크다. 음성 제어, 자동 주차, 디지털 키 등 기능까지 포함하면 아토3 사양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 유럽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위를 받기도 했다.

판매가는 일본 판매가와 비슷한 3150만~3300만원이다. 그러면 니로에 비해서는 30% 이상 저렴하다. 국내 기업은 꽤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감도 만만치 않다. 가성비가 이런 반감도 상쇄할 수 있을까.

“자동차는 단기간에 소비가 형성되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데 5~10년 걸린다. 따라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 자체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BYD에 한정해서 보면, BYD는 이미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다. 2위 테슬라(TESLA)와도 판매량(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전체 전기차 기준)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엔 중국산 테슬라가 팔리고 있다. 또 BYD는 테슬라보다 훨씬 많은 딜러숍을 구축해 대규모 판매 체제를 갖췄다. 애프터서비스(AS)도 이 딜러망을 통해 제공할 테니, 꽤 탄탄한 AS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초기에 반응이 뜸할 수는 있어도 어느 정도 괜찮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하면 빠르게 세를 확장할 것이다. BYD가 성공하면, 다른 중국 브랜드도 물밀듯 들어올 것이다.

국내에서도 현대차 ‘캐스퍼’가 나오면서 저가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 됐다. BYD가 들여올 세 모델 중 ‘돌핀’은 중국에서 1000만원대다. 한국 저가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엔 아직 BYD보다 저렴한 브랜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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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미국, 유럽처럼 중국 차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일 가능성은.

지금 상황에선 높지 않다.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는 건 전면적으로 분쟁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아마 우리 경제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품목 수출입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중국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소재, 부품이 있다. 전면적인 무역 분쟁을 감수하면서 중국 차에 관세를 매기는 건,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하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어쨌든 중국과 경쟁하려면 중국만큼 가성비 있는 제품을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방법이 없다. 이미 중국은 가성비 혁신을 이뤄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사를 보면, 대부분이 생산방식을 혁신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도 그간 저비용의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해 시장을 주도했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주목받은 계기 역시 ‘현다이즘(Hyundaism)’ 이라고 불리는 혁신 덕분이었다.

어느 나라에 가서든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디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봐야 하고, 다른 기업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 역할은.

“생산 시스템 효율화에 대해 정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관련 투자 시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생산 효율성을 제고하도록 유도하고, 노동조합과 문제 해결을 도와야 한다.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 지원도 함께 가야 한다. 대기업이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중소기업이 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국내 공급망이 잘 구축돼야 최종재 만들기가 수월해진다.

연구개발(R&D)이나 미래지향적인 생산 시스템 투자를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낭비처럼 보여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기차 다음 경쟁은 무엇일까.

“자율주행 시스템, 커넥티드카, 스마트카다. 최근 자율주행차 상용 시기가 늦춰지면서 과거에 비해 투자가 줄고 있다. 수익이 안 나니까 지속 투자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지금 오히려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은 저가 차에도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넣는다. 완성차 업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협력 업체의 역량이 중요하고, 부품 업체도 이에 맞춰 전환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하드웨어 협력 업체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협력 업체가 많이 늘었다. 이 분야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전기차 다음까지 중국이 주도해 버리면,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손쓸 수 없다.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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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장, 어려워도 살아남아야” 현대차, 중국 법인 兆 단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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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24년 4월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선보인 더 뉴 투싼./사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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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최근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에 11억달러(약 1조6206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중국 시장에서 BYD 등에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BAIC는 투자 배경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자본 안정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신기술 및 신제품에 투자해 전기차 등으로의 전환과 발전 전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에 중국은 견제 대상이자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협력해야 하는 대상이다. 중국은 전기차 수요 정체에도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자동차 기업을 다수 보유했기 때문이다.

조철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중국의 변화하는 상황을 연구하며 긴밀히 따라가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중국 허베이성에 대형 R&D센터를 세웠다고 한다”며 “폴크스바겐은 ‘중국은 우리의 피트니스센터’ ‘여기서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훈련도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을 만큼 업체들은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차가 강하고, 현지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안 된다. 중국에서 버티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며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중국 시장을) 쫓아가기만 하면 다른 시장에서는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조선=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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