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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 (일)

‘성장담론’ 꺼낸 이재명…중도층 보폭 맞춰 대권 앞으로[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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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표, 23일 기자회견에서 ‘성장’ 강조

“이제 회복과 성장이 가장 중대한 과제”

‘기본사회’ 정책 재검토 가능성까지 시사

“대선 국면서 중요한 중도층 공략 회견”

헤럴드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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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대선 채비를 본격화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수사를 받고, 탄핵심판이 가속화되면서 ‘조기대선론’이 점점 더 불붙는 시점에 사실상 차기 대선 의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기본소득’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기본사회’를 바탕으로 ‘분배’ 방향의 정책에 특히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며 ‘성장 담론’을 거듭 내세웠고, 심지어 기본사회 정책 재검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도층과 부동층 표심을 확보하고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졌던 정책 방향을 조정하면서까지 새롭게 화두를 던지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26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새로운 성장발전의 공간을 만들어서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야말로 실현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적 성장의 길”이라며 ‘공정성장’이란 정책 의제를 제시했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전 밝힌 ‘기자회견문’에 ‘성장’이란 단어는 11번 쓰였다. 이 대표는 자신이 꺼내든 성장 담론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고 ▷올해를 자본시장 선진화로 ‘K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집중적인 미래투자로 신성장 동력 창출에 나서야 하고 ▷신흥시장 개척, 적극적 세일즈 외교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장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또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새로운 성장이 진정한 민주공화국, 그리고 함께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이어진 질의 응답 순서에서 ‘기본사회 공약을 재검토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정책이란 어떤 것은 하고 어떤 건 안 하고가 아니라 어떤 걸 더 우선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우선순위 문제에 있어 대한민국이 지금 너무 많이 부서지고 어려워졌다”며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그리고 성장,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한 상황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어서 그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답했다. 기본사회 공약 철회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이 대표의 움직임은 결국 ‘조기대선’과 맞닿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데 이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구속수사를 받게 되면서 ‘조기대선론’이 점점 가시화되는 시점에, 중도층과 부동층을 향해 보폭을 맞추면서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실용주의 강조’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으로 보수가 결집하고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향후 대선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중도층을 공략하는 회견이었다”고 했다. 앞서서 달리는 ‘경제 주자’ 이미지를 선점하고 기업 친화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지지층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반(反)이재명 정서를 달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성장 발전’을 비롯해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내용들이 민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정당에서 우선순위를 앞세웠던 지점이란 점에서, 이 대표가 전통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과 부동층의 보수 성향 민심에 다가가고자 화두를 던졌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한국갤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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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 내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관련 부분 현 시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4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자유응답)에 이 대표가 31%로 또다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로 2위를 기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20%p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관련 여론조사에서 답변을 유보하는 부동층 비중이 이 대표에 대한 선호도와 엇비슷한 30%대로 집계되고 있다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으로 꼽힌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실제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4일 나온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의견 유보’ 비율이 33%로, 이 대표 선호도 31%보다 2%P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민주당은 직전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p(24만7077표) 차이로 패배한 것을 두고 두고 곱씹고 있다. ‘석패’할 수 있는 요인을 줄여 다음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헤럴드경제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쪽(야권)과 저쪽(여권)이 각각 자연스럽게 결집하게 된다”며 “결국 승부는 중도층, 부동층의 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도 그 부분을 점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6.4%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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