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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설날이 공휴일이 아니던 시절의 고향 방문 풍경[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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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사진 no. 97

설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백년 전 풍경사진을 하나 골라보았습니다. 1925년 1월 25일자 동아일보 지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동아일보

◇한 살 먹고 세배하려… 어제의 세배꾼/ 1925년 1월 25일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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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옷을 비롯한 설빔을 입고 세배를 다니는 소녀들 모습입니다. 가운데 자그마한 어린이는 기쁨이 온 얼굴에 묻어있습니다. 세뱃돈을 받는 즐거움 때문일까요? 앞의 네 명 뒤로 흐릿하게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 무리가 보입니다. 지금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설을 보내던 옛날 한국의 모습입니다. 사진 오른쪽의 흰 무명저고리를 입은 사람은 엄마일수도 있지만 맏언니일 수도 있겠습니다. 형제자매가 많던 시절이라 맏딸들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이 자연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고보니 같은 설명절이지만 신문에 실리는 사진에는 변화가 있습니다. 도심을 활보하는 사람들보다는 이제는 긴 연휴를 맞아 해외로 나가는 인파로 가득한 인천공항 출국장 풍경이 2025년 설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아일보 DB에 접속해서 옛날 설 풍경 사진을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사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저 어린이들 사진이 나온 후 50년이 조금 넘은, 지금으로부터 50년이 조금 안되는 중간 쯤 되는 1978년도 사진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누군가가 사람들 머리 위로 긴 나무 막대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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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귀성 차표 예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1978년 1월 31일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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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계급장이 있고 목에 털이 달린 점퍼를 입고 있습니다. 경찰인지 아니면 질서유지를 위한 별도의 공무원인지 제가 과문해서 정확하게 모릅니다. 그 앞에 있는 사람들은 고향으로 가는 차표 예매를 위해 줄을 서 있는 시민들입니다. 지금의 인권 기준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왜 저런 풍경이 벌어졌을까요? 기를 써서라도 고향을 가려고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늘이 두쪽 나는 일이 있어도, 집에 누가 큰 병을 앓거나 죽는 일이 아니라면 추석과 설에는 고향에 가서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문제는 연휴가 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설날은 1989년 이전까지 정부와 기업이 인정하는 공식 휴일이 아니었습니다. 개인 휴가에서 제하는 방식이었을테니 휴가가 짧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1989년부터 설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설날 전날, 당일, 다음 날까지 총 3일이 연휴로 확정되었습니다. 중간에 휴일이 낄 경우 하루를 더 쉬는 대체 공휴일 제도는 2013년에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대체 공휴일과 주5일제 정착으로 1주일 가까운 휴가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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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귀성 열차표 예매. 서울 서부역. 1983년 1월 30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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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귀성객으로 붐비는 9일 밤의 서울역/ 1975년 2월 10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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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마을호 무궁화호 같은 철도가 편하기 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었을 것이고 기차가 가지 않는 지역은 고속버스가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모든 가정에 자가용이 있는 시대도 아니다보니 고속버스 터미널은 명절 때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많은 인원이 몰리다보니 공권력이 질서 유지를 위해 시민들에게 큰 막대기를 휘두르는 사진까지 등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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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서울역 귀성객. 1969년 2월 18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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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여성근로자들이 설빔을 미리 차려입고 구정 귀성 차편에 오르고 있다/ 1980년 2월 14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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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그러나 여러분들과 부모님들이 주인공이었던 우리의 설날 전후 풍경 사진 몇 장을 함께 감상하시면서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 설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추억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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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正(구정)을 맞아 거리를 수놓은 때때옷 어린이들/ 1961년 2월 16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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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날 아침 종로 거리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한복 입은 소녀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1969년 2월 17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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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철시로 한산한 거리… 세배길을 나선 가족. 1970년 2월 6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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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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