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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일부러 월요일 만기 맞췄는데” 27일 임시공휴일로 4일 치 이자 날리는 채권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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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러스트=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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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1월 23일 17시 4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오는 27일이 갑자기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날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애초 월요일(27일)에 받기로 예정됐던 원리금 상환이 무려 금요일(31일)로 미뤄지면서 4일간 얻을 수 있는 이자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기본 거래 단위가 억대인 채권시장에서 4일 치 이자는 큰 규모다.

2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900억원 규모의 한국전력공사 채권(한전채) 3년물은 오는 27일 만기를 맞는다. 8000억원 규모의 통안채 3개월물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은행채 900억원, 기타금융채 7100억원, 회사채 1조8162억원으로 총 3조7163억원 규모다.

통상 채권 투자자는 원금 상환일이 공휴일 또는 주말인지까지 미리 계산하고 투자한다. 이들 채권 투자자도 애초 평일이었던 27일 만기를 예정으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불과 2주 전인 지난 14일 정부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현행 규정상 한전채 같은 공사채나 은행채, 회사채 등은 만기일이 공휴일일 경우 다음 거래일에 지급된다. 즉 기존 만기일인 27일부터 30일까지 이자 없이 ‘생돈’이 묶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자금을 차용해 투자한 경우 조달비용과 다른 곳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25~26일은 총 3조3230억원 규모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들이 27일 지급받을 예정이었음을 고려하면 5~6일 치 기회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기회 손실은 100억원당 하루에 100만원 정도다.

특히 올해 설 연휴 일정을 고려해 만기를 정한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앞뒤 일주일인 1월 20일~2월 3일 만기인 채권 수 통계를 살펴보면, 27일 만기가 제일 규모가 크다. 다음은 설 연휴 직전 평일인 24일(금요일)로 3조709억원 물량이 만기 도래한다. 다른 날들은 규모가 1조원 안팎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4일 이후 지급된다고 한다면 그 이자로 인해 투자자에게는 손실, 발행자에게는 이익이 된다”면서 “연기금은 물론 자산운용사들엔 엄청난 피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언짢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최근엔 ‘큰손’ 기관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채권 ‘개미(개인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이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5조원 증가한 42조5000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주요 채권 투자 커뮤니티에는 27일 만기 채권 상환 관련 질문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만기가 공휴일일 경우 기회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다른 채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은 발행사 간 조기상환(바이백) 등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개인은 불가능하다”면서 “25일이 만기인 한 회사채의 경우 6일간 무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무조건 단기간 높은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지 말고 여러 방면으로 따져보고 매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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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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