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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로보택시, 차 운전 해방으로 인간 이동 개념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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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1 웨이모 로보택시 / 사진 웨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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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1호 로보택시(Robotaxi·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제공 업체인 포니닷ai(Pony.ai·小馬智行)가 11월 2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6년 창업한 포니닷ai는 2018년부터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지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허가증을 획득했다. 앞서 중국의 또 다른 로보택시 업체 위라이드(WeRide⋅文遠知行)도 10월 25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Tesla)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동맹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머스크의 베팅에 큰 힘을 제공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 내놓은 기사 일부다. 이어 11월 중순엔 트럼프 2기 정부가 완전 자율주행 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교통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다. 앞서 머스크는 10월 10일 운전대도, 페달도 없는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하고, 차를 안 쓸 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조합으로 묘사했다.

차 운전 해방으로 인류의 육상 이동 개념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로보택시가 최근 가속페달을 밟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까지의 이동 혁명은 동력원이 이끌었으나, 이제 이동 혁명은 운전 주체의 변화가 이끈다. 바로 자율주행차의 등장이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직접 보고, 느껴 판단해야 했던 것을 기계 장치와 소프트웨어가 대신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레이다(RADAR)·카메라·초음파 센서 등 각종 센서는 도로 위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의해 해석되고, 분석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자동차 각 부위에 명령한다.

운전 해방은 이익이 크다. 운전에 쓸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생산성 확장에 기여하고, 인간 오판(誤判)에 의한 사고나 교통 정체를 억제해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 자동차 공간이 오락 기능 제공 등으로 혁신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과 잇단 기업공개(IPO)로 기대감을 높이는 로보택시에 대해 짚었다. 로보택시가 가져올 생활의 변화 역시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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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차와 웨이모의 로보택시 / 사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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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車·빅테크 대전 속 합종연횡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와 신주류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자동차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되는 자율주행 산업 주도권 잡기 싸움에 들어갔다. 특히 자율주행은 하드웨어(자동차)와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시스템)의 매끄러운 조화가 필요하므로 자동차·IT의 합종연횡 양상도 나타난다.

미국의 로보택시 시장은 빅테크가 선점하는 모양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 서비스 자회사 웨이모(Waym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LA), 텍사스주 피닉스 등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료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향후 더 많은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선에 200억 마일(약 320억㎞) 이상의 테스트를 마쳤다고 한다. 웨이모 로보택시가 수집한 데이터는 도로 이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자율주행차의 의사 결정 능력을 개선해, 안전성을 높인다. 웨이모가 쌓아 온 투자금은 총 110억달러(약 15조7200억원)에 달한다.

10월 10일 미국 LA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5년부터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서 로보택시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로보택시 사이버캡의 양산을 2026년으로 제시했고, 대당 가격은 3만달러(약 4287만원) 이내로 설정했다.

우버는 2016년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볼보차와 제휴했으나, 2018년 발생한 사망 사고로 자체 개발을 포기했다. 그 뒤 웨이모와 애리조나주에서 로보택시를 통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발 빼는 분위기다. 12월 10일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Cruise)를 GM 기술팀과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것. 2023년 자율주행 기술 세계 3위에 오른 GM이 로보택시 사업을 포기한 셈이다.

로보택시 전방위 확대하는 中

중국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최대 자율주행 시험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업체 바이두는 2021년 8월 출시한 뤄보콰이파오(萝卜快跑·아폴로 고)라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통해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 11개 도시에서 시범 운행 중이다. 이 중 우한시(市)는 2023년 8월 로보택시 구간 제한을 풀고, 아폴로 고의 운행 범위를 시 전역(8494.4㎡)으로 확대했다. 바이두는 2024년 10월 아폴로 고를 중국 외 지역에서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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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 사진 테슬라 4 포니닷ai와 도요타가 협력해 만든 bZ4X 로보택시 / 사진 광치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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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닷ai와 위라이드가 나스닥에 잇달아 상장하는 등 중국 자율주행 업체의 국제화도 빨라지고 있다. 포니닷ai와 자본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 도요타는 11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에 로보택시용으로 개발된 전기차 bZ4X를 공개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 정부도 중국 자율주행 업체의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韓, 자율주행 파운드리 제시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모셔널(Motional)을 통해 로보택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 전기차 기술을 집약한 아이오닉5를 로보택시로 활용한다. 동시에 플랫폼화로 생산 비용을 줄인 전기차를 자율주행 개발 업체에 제공하는 파운드리(수탁 생산) 사업도 확장하려 하는데, 첫걸음으로 11월 4일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반도체의 TSMC 같은 사업 모델을 자율주행차에도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웨이모와 현대차는 6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아이오닉5에 적용, 로보택시 서비스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차는 미국 조지아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된다.

현대차는 아마존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와도 로보택시 파운드리 논의를 시작했다. 죽스 측은 현대차에 목적기반자동차(PBV) 제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와 안전 우려, 로보택시 질주 걸림돌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내 로보택시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 규정에 따르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대량생산과 운행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또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동차 또는 로보택시 서비스 제공 업체가 허가받아 배치할 수 있는 로보택시를 2500대로 제한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이런 규제를 모두 풀겠다는 방침이다.

무인 자율주행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도 로보택시 확대의 걸림돌이다. 필립 쿠프먼 카네기멜런대 부교수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AI가 도로 위에서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상황까지 배워야(딥러닝) 하는데, 자율주행 업계는 이 돌발 상황의 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각국이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차단하는 트렌드도 해외에서 이뤄지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본사가 관리하는 일이 가로막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Plus Point

돈 못 버는 로보택시, 계속 달릴까

로보택시 확대를 저해하는 또 다른 걸림돌은 ‘수익성’이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시장에 안착하려면 웨이모 등과 경쟁이 불가피한데, 이미 상당한 주행 실적을 쌓은 웨이모조차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보택시 사업은 기존 택시와 달리 운행하는 모든 차를 제조사 또는 자율주행 회사가 직접 소유하고 관리해야 한다. 고장이나 사고 등에 대처해야 하고, 유지·보수, 자율주행 관제와 서비스 제공도 직접 해야 한다. 럭스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마일(약 1.61㎞)당 운행 비용은 0.42달러로, 일반 자동차의 두세 배에 달한다. 보험, 충전 인프라, 관리 등의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셔널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2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2024년 상반기 웨이모가 포함된 기타 신규 사업에서 20억달러(약 2조8580억원)의 손실을 봤다.

죽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자율주행차 제작을 시도했으나, 개발비에 부담을 느껴 최근 계획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시 레빈슨 죽스 최고기술담당임원(CTO)은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 자동차 통합, 데이터 수집, 시뮬레이션, AI 알고리즘 개발 등에 엄청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코노미조선=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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