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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보락이 CES 2025에서 선보인 로봇 청소기 사로스 Z70./사진 로보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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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가전 업계가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생활 가전인 TV, 냉장고, 세탁기보다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 청소기가 새로 뜬다. 가사 노동 가운데 가장 귀찮은 빨래, 설거지, 청소를 돕는 기계가 주목받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청소는 더욱 힘든데,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이 로봇 청소기다. AI와 로봇 기술의 만남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초창기 로봇 청소기는 충돌, 추락 등 센서를 사용해 로봇이 자신의 위치와 안정성을 확인했다. 센서 기반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해, 사물에 부딪혀야만 장애물을 인식했다. 이후 카메라를 이용해 사물 인식 기능을 보강했으나, 여전히 장애물 회피 기능은 부족했다.
곧 자동차에 사용하는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채택되면서 로봇 청소기의 수준이 급격히 높아졌다. 라이다(LiDAR) 센서로 집 안 구조를 지도로 만들고, 초음파 센서로 바닥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청소법을 찾는다. 바닥 재질에 따른 맞춤 청소도 가능하다. 마룻바닥에 물걸레질하다가도 카펫이 나타나면 걸레를 들어 올려 카펫 오염을 방지하는 식이다. 사물 인식도 AI를 활용하면서 진화했다. 3D 센서와 사물 인식 카메라를 적용, 높이가 있는 장애물은 물론 반려동물 배변 패드 등 다양한 사물을 피한다.
로봇 청소기는 흡입력이나 청소 모드, 먼지 통 등 청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능도 중요하나, 집 안을 잘 청소하려면 환경을 탐색하는 기술이 꼭 필요하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잘 작용해야 로봇 청소기가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고, 바닥을 구별해 구역 전체를 빠짐없이 청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가 이미 실행된 부분을 반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AI와 로봇이 만나 더 똑똑해진 로봇 청소기
사람이 운전하고 길을 찾을 때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것처럼 로봇 청소기도 움직이려면비록 좁은 집 안 환경일지라도 지도가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사전에 만들어진 지도를 메모리 카드에 저장해 둔 상태에서 현재 위치를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의 도움으로 알 수 있지만, 로봇 청소기는 그렇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기술이 슬램(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다. 슬램은 로봇 청소기에 장착된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위치 추정(localization)과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를 만드는 지도 작성(mapping), 이 두 기능을 실행한다. AI 기술은 슬램과 함께 사용돼 주행 환경의 사물, 가구, 가전제품 등을 인식해 보다 정확한 위치 인식과 로봇이 공간을 추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슬램과 AI 기술은 로봇이 지도나 위치 정보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데 중요하다.
슬램은 크게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식인 비주얼 슬램, 레이저로 주변을 측정하는 라이다를 사용하는 방식인 라이다 슬램으로 구분한다. 비주얼 슬램은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하고, 촬영된 사진의 연관성을 분석해 위치를 인식하고 지도를 작성한다. 로봇 청소기는 움직이면서 카메라로 천장과 주변의 특징을 계속 촬영하고, 이때 촬영된 사진의 분석을 동시 진행한다. 또 이동으로 변화한 지점을 비교하기 위해 비교 점이 되는 영역에 특징 점을 찍어 위치, 거리의 변화를 측정한다. 로봇 청소기가 만든 슬램 지도의 첫 단계는 이러한 특징 점이 모인 결과로 구성된다. 여러 특징 점의 정보를 수식으로 계산해 자기 위치를 알아내고, 특징 점으로 계산한 위치 정보에 기반해 집 안의 지도를 그린다.
라이다 슬램은 레이저 빛을 쏘고 장애물에 빛이 반사돼 돌아온 시간 혹은 삼각측량 방식으로 거리를 계산해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360도로 레이저를 발사해 벽이나 장애물의 굴곡을 탐지, 거리를 측정한다. 별도의 데이터 처리 과정 없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초기 로봇 청소기는 카메라로 촬영한 특징 점 기반 비주얼 슬램을 활용했다. 이후 중국 업체를 필두로 거리 측정 정확도가 높아 더 정교한 지도와 주행 경로를 제공하는 라이다 센서 기반 슬램이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라이다 기반 슬램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슬램은 위치 인식 외에도 AI 기술을 적용해 벽이나 가구 등 구조적 사물을 파악해 집안 구석구석을 인식하는 기능, 방과 거실 등 공간을 자동으로 나누고 인식하는 기능, 바퀴가 잘 걸리는 장소 또는 오염이 심한 곳을 자동 파악하는 기능 등 청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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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현 가천대 반도체교육원장,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전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 삼성전자 상무 |
2024년 삼성전자·LG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비스포크 AI 스팀’은 2024년 4월 출시해 25일 만에 누적 1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LG전자는 ‘로보킹 AI 올인원’을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중국산 가전제품은 개인 정보 유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 보안이 취약한 로봇 청소기는 순식간에 몰래카메라로 돌변할 수 있다. 카메라가 설치된 로봇 청소기는 침실·화장실 등 집안 곳곳을 누비기 때문에 그만큼 사생활이 유출될 염려가 크다.
국내 기업은 중국 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보안 솔루션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사물인터넷(IoT) 보안 솔루션과 애프터서비스(AS)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가전에서 다양한 AI 기능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독자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적용해 개인 정보를 포함, 모든 데이터를 관리한다. LG전자는 AI 기능을 담은 제품을 중심으로 자체 보안 시스템인 ‘LG 쉴드’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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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사진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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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200개가 넘는 로봇 청소기 기업이 서로 경쟁하며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성장 중이다. 로보락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5’에 세계 최초로 5축 접이 기계식 로봇 팔을 장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청소기에 장착된 로봇 팔이 작은 물건이나 장애물을 직접 들어 올려 치운 뒤 나머지 공간을 청소한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중국 기업에 대한 무서움이 느껴진다. 앞으로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LG전자가 추진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실행되는 AI) 칩’ 자체 개발을 통한 차별화 방법이 좋아 보인다. 자사 제품만을 위한 맞춤형 온디바이스 AI 칩을 개발해야 한다. 경쟁 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기능을 칩에 담아야 한다. 삼성전자도 세트(완제품) 사업 부문에 별도 칩 개발 조직을 두고 자체적인 칩을 확보해야 한다.
이코노미조선=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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