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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트럼프, 김정은 재접촉 질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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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이지, 광신도 아니다”

대북 관계에 다시 긍정적 발언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앉아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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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은 똑똑한 사람(smart guy)이지 광신도(religious zealot)가 아니다”라고 했다. 취임일인 20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그(김정은)와 잘 지냈다”고 한 데 이어 김정은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긍정적 발언을 한 것이다.

인터뷰 중 트럼프의 발언은 자신이 조기 종전(終戰)을 공언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양국에 협상을 압박하겠다고 설명하는 와중에 나왔다. 북한군은 러시아에 파병돼 지난해 11월 이후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다시 접촉하겠느냐’는 진행자 숀 해니티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2017년 자신이 처음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세계의 주요 위협으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거론했다고 언급하며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대통령 1기(2017~2021년) 당시 김정은과의 세 차례 회담을 ‘문제 해결’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정부에도 앨릭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 1기 당시 미·북 대화 실무에 관여한 인사들이 합류했다.

최근 방한한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조건이 있겠지만 트럼프가 북한과 조만간 접촉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조현동 주미 대사는 23일 “한미 간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며 대북 정책 조율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2~23일 이틀간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으나 별다른 대미·대남 메시지 발신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직후 북핵 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지만, 북한은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빠르고 과감하게 주요 외교 현안 및 대북 관련 메시지 발신을 시작한 만큼 향후 미국의 대북 적극성, 의도 및 계산법 등을 판단한 후 반응하리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 “푸틴도 핵무기 감축 원했다, 중국도 동참해야”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의 김정은 언급은 대부분 즉흥적인 질의응답 과정에 나왔다. 트럼프가 사용한 ‘핵보유국’이란 말도 국제 협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정책팀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가 1기 때 미·북 대화를 자신의 성과로 자평하는 발언을 잇달아 하자, 김정은과 접촉을 끊었던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그는 취임식 직후 “김정은도 나의 복귀를 반길 것”이라며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가 김정은과 회담을 하더라도, 북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북한의 비핵화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핵군축(핵무기 줄이기)과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NPT에 따른 공식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중국과 핵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 재취임 사흘 만에 한 첫 국제 연설에서 핵군축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그가 언급한 ‘비핵화’는 핵무기를 완전히 없앤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핵무기 수를 줄이는 핵군축에 가깝다고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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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첫 국제 무대였던 이 연설에서 러시아·중국과의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왼쪽부터 아나 보틴 산탄데르은행 회장,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이사회 의장 겸 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공동 창업자.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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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사실 (2020년) 대선 전에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양국 간 비핵화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푸틴은 핵무기를 대폭 줄이는 아이디어를 매우 좋아했다. 푸틴과 나는 그러기를 원했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 핵탄두 제한을 골자로 하는 신(新)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2010년 체결했다. 전략폭격기 같은 핵무기 운반체를 700개, 실전 배치된 핵탄두를 1550개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이 이듬해 참여 중단을 선언해, 별도 조치가 없다면 이 조약은 내년 2월 종료된다.

트럼프가 실제로 푸틴과 대화에 나선다면 한동안 진전이 없던 핵군축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이날 “곧 푸틴과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르면 상반기 중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도 가능하면 빨리 이 협상을 시작하는 데 관심이 있다. 우리는 미국 측의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최근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는 중국에 대해선 “우리는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고 (그대로 진행됐다면) 중국도 (핵군축에) 따라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중국의 핵 능력에 대해 “지금은 미국보다 상당히 적은 핵무기가 있지만 앞으로 4~5년 이내에 따라잡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사이에 체결된 핵군축 관련 협정은 아직 없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비축량은 2010년 240기에서 지난해 500기로 늘어 증가 속도가 핵무기 보유국 중 가장 빨랐다. 다만 절대적인 보유량은 미국이 5044기, 러시아가 5580기로 미·러가 훨씬 많다.

트럼프는 이날 한때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공언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준비가 됐다. 이제 러시아에 물어봐야 한다”며 “나는 러시아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러시아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막대한 제재와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며 “유가가 하락하면 전쟁은 바로 끝난다”고 했다. 러시아의 종전 협상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에너지 수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목해 “협상(deal)을 해야지 계속 싸우겠다고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대해선 방위비 분담 확대를 재차 압박했다. 현재 나토 회원 32국 중 23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 수치를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날도 “우리가 그들을 보호하지 그들이 우리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미국이) 한 푼이라도 더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경제·무역과 관련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 또한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낮은 세금을 적용하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며 현재 21%인 법인세를 15%로 낮추겠다는 자신의 선거 공약을 언급했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애플·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반독점법 위반과 조세 회피를 이유로 지난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트럼프는 “EU는 우리를 매우 불공정하고 나쁘게 대한다. 불만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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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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