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에는 국내 머무를 듯…부당합병 2심 선고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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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설 연휴 동안 해외 출장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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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재계도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명절 연휴를 활용해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섰지만 이번 설에는 국내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3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별도 신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리서치를 찾아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대응 방안을 점검하며 흔들림 없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약속하고, 이어 사내 최고 기술 전문가 삼성 명장들과 소통을 통해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연초부터 현장 경영에 고삐를 바짝 조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설 연휴에도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재용 회장이 잠행 모드를 유지한다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이재용 회장은 명절 연휴에도 휴식 없이 직접 발로 뛰며 주요 사업을 챙겨 왔다. 명절 연휴에 글로벌 현장을 누비는 것은 가족들과 떨어져 타국에서 묵묵히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려는 의도도 있다.
외부로 알려진 이재용 회장의 명절 출장 일정은 △2019년 설날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2019년 추석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 △2020년 설날 중남미 주요 국가 현지 공장 △2022년 추석 멕시코 가전 공장·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 공장 건설 현장 △2023년 추석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집트 사업장 및 현지 공사 현장 △지난해 설날 말레이시아 삼성SDI 배터리 공장 △지난해 추석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 폐막식·폴란드 공장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등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폭넓은 행보를 이어갔다"며 "다만 올해 설날에는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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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3년 10월 추석 연휴를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신도시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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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이 명절 현장 경영을 잠시 쉬어가는 데엔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칼바람에 기업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외 활동을 자제하고 내부 조직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메모리 부문 조직을 대폭 개편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사업 전략을 재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 예년과 비교해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용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돼 다음 달 3일 2심 선고기일을 앞뒀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재판이더라도 선고를 앞두고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야만 재도약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그룹 차원의 대규모 신사업 투자를 비롯해 혁신 행보와 관련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됐다.
만약 실형이 선고된다면 올해 경영 계획표가 혼돈에 빠지며 '비상 경영'이 불가피하다. 1심과 같이 무죄가 나올 경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다면 현장 경영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세 불안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재용 회장은 2심 최후 진술에서 "저희가 마주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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