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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美 돕다 탈레반 표적됐는데…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에, 아프간인들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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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다수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난민 수용을 중단하자,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미군을 도운 아프간인들이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들은 미국을 도우며 탈레반의 표적이 됐는데도 불구, 미국이 사실상 등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미국행 차단 트럼프 명령에 배신감' 느낀다'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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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아프간 난민의 입국 신청 처리를 미루거나 항공편을 취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행정명령은 미군 요원의 가족 등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문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20년 가까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 등의 활동을 도왔다가 탈레반의 표적이 된 현지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2021년 8월 미군의 다급한 철수 과정에서 함께 미국으로 탈출했지만, 다수는 현지에 남아 은신처를 전전하거나 파키스탄 등 주변 지역에 체류하며 미국의 망명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프간 국적 조력자와 함께 탈출하지 못한 가족들도 같은 처지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날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이미 망명 승인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신청자만 1만∼1만5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모든 절차를 중지시킴으로써 이들의 희망을 꺾은 셈이 됐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미군 조력자들을 모두 사면했다는 입장이지만, 유엔에 따르면 수백 명의 조력자가 살해당하는 등 위협이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명으로 BBC와 인터뷰에 응한 아프간인들은 일제히 "미국이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절망감을 털어놓았다.

미군 통역원으로 일하다가 누이를 아프간에 남겨둔 채로 부모님과 철수, 현재 미군 공수부대원으로 복무 중인 '압둘라'는 "미국은 내가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이해를 해주지 않는 것 같다. 이건 배신"이라고 성토했다.

당시 누이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여권을 받지 못해 남겨졌으나, 최근 미국 정착에 필요한 신체검사와 면접 등을 통과한 상태였다고 한다.

행정명령을 듣자마자 누이와 통화했다는 그는 "누이가 모든 희망을 잃은 채 울고 있더라"며 자기 일로 누이가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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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에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공습을 도왔던 조력자 '바박'도 미 공군으로부터 난민 신청을 위한 보증서까지 발급받았지만,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아프간 은신처 생활을 기약 없이 이어가게 됐다. 그는 "우리는 목숨을 걸고 작전을 도왔음에도 심각한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 부여잡고 있던 한 줄기 빛마저 소멸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한 약속만 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를 버렸다"고 BBC에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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