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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칼럼) 설에 넷플릭스 볼까 극장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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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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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영화 관람 문화, 경쟁과 공존의 기로에서

한때 충무로 대한극장이나 종로 서울극장 앞은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관객들로 북적였다. 인기 영화가 개봉하기라도 하면 극장 매표소는 만원 사례였고, 암표상들은 표를 미리 사두었다가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그 시절의 극장 문화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영화가 주는 설렘과 경험을 함께 나누는' 일종의 소풍이나 주말 나들이 축제 같은 느낌 이었다.

최근 극장가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극장 관객을 줄인다"든지, "극장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또 어떤 배우는 영화 표값이 비싸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또 다른 이는 고액 출연료를 낮춰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런 한편, "굳이 극장을 보호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경쟁에서 뒤처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견 자본주의의 원리와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해당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을 때 국가나 제도가 인위적으로 지원해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단순한 산업으로만 볼 수 없는 복합적 가치를 지닌다. 영화를 한 편 만들어내는 데는 감독, 시나리오 작가, 배우, 스태프 등 수많은 이들의 창의와 노력이 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생산되고, 나아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가 쌓인다. 따라서 문화예술의 창작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저변을 넓히는 일은, 단순히 "경쟁력이 없으면 망해도 된다"는 논리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측면이 있다.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공공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OTT의 등장으로 영화산업 전반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집에서 손쉽게 TV나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을 찾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극장이 주는 가치와 경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형 스크린이 선사하는 압도적 시청 경험, 그리고 어두운 극장 안에서 서로 낯선 이들과 동시에 울고 웃는 '집단적 감흥'은 집 안의 작은 화면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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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경쟁 구조는 결국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어릴 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단순한 놀이가 극도의 생사를 건 경쟁으로 바뀌는 설정은, 7시 30분까지 등교해야 하고,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전국단위 시험에서 점수가 나오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낙인찍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빗대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가 바뀌어도 경쟁은 계속되고, 자칫하면 한 번의 실수가 인생의 낙인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OTT와 극장의 관계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더 넓은 선택지를 원하는 관객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자유롭게 누비고, 극장은 극장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영화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영화표 인하 요청, 출연료 합리화, 스태프 처우 개선, 창작 지원과 제도적 보호—도 결국은 더 풍요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vs. 문화 보호'라는 단순한 이분법이 아닌, 서로 다른 가치를 어떻게 어우러지게 만들지 숙고해야 한다. 경쟁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문화예술이라는 특별한 영역을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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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물결 속에서 상생과 혁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극장만이 지닌 장점과 OTT가 제공하는 편리함이 서로 대체 불가능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은 자연스레 공존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낼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OTT의 편의성에도 감사하고,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도 놓치고 싶지 않다. 어디서 영화를 보든,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 그 자체가 던져주는 감동과 메시지일 테니 말이다.

결국, '어디에서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가 핵심이다. 극장과 OTT가 경쟁과 견제를 거치며 공존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꽉 막힌 줄다리기가 아닌 상생을 위한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러한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잃지 않고, 창작자들이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관객이든 창작자든,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영화를 만나든, 그들이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고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고심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사진 = 넷플릭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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