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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3 (목)

프로구단 샐러리 캡, '친인척 임원'에게 적용하면 나타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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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소장]
더스쿠프

업무 전문성이 없는 지배주주 임원에게 샐러리 캡 제도를 적용해보면 어떨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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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스포츠 구단이 한 시즌 동안 소속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의 총액. 샐러리 캡(Salary Cap)의 정의다. 이는 노사 협상 시 종업원의 인건비를 회사 수익의 몇 퍼센트(%)로 할 것인가를 합의해 결정하는 제도와 유사하다.

# 그렇다면 종업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임원, 그중에서도 지배주주 임원(사주 친인척)에겐 이 제도를 적용할 순 없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가장 민첩하게 적용될 것 같은 프로 스포츠 시장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스포츠구단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상당히 거리가 먼 '샐러리 캡(Salary Cap·한 시즌 동안 소속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의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샐러리 캡은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선수 급여의 가파른 증가로 구단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걸 막는다. 자금이 넉넉한 빅 마켓(big market) 구단이 재정력을 앞세워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독점하는 것도 방지한다.

만일 프로구단에서 손흥민급이나 김도영급 선수들을 포지션마다 채워 놓는다면 누가 이 팀을 이길 수 있을까. 야구의 9회말 2사 후 역전 만루홈런이나 축구의 추가시간 역전골 등을 기대할 수 없다면 관중이 줄어들 게 분명하다.

스포츠 리그가 경쟁하고 수준이 올라가면 관중이 늘고 수익성이 높아져 이듬해 샐러리 캡 총액도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런 구조가 정착한다면, 자본주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샐러리 캡 제도가, 역설적으로 가장 자본주의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

다만, 샐러리 캡 총액을 초과해 선수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일정한 제재가 따른다.[※참고: 이를 경쟁균형세, 사치세라고도 하지만, 세稅는 세법에 따라 거두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쟁균형기금'이 더 적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한국 프로야구단의 2025년 샐러리 캡 총액은 137억5600만원이다. 올해 선수 급여가 여기서 24억원을 넘어선 LG 구단은 초과분의 50%를 야구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프로구단, 프로선수, 스포츠 시장은 '경쟁과 공생'을 꾀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샐러리 캡 제도를 민간 회사의 임원과 종업원 간 임금 문제에 적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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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 구단의 샐러리 캡은 민간 회사가 노사 협상 시 종업원의 인건비를 회사 수익의 몇 퍼센트(%)로 할 것인가를 합의해 결정하는 제도와 유사하다. 반면, 회사 임원의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은 다르다. 노사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상법 제388조).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회사 임원 급여를 통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임원과 종업원의 급여 차이가 너무 크다. 2023년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영진 중 최고 연봉자 보수 평균은 20억9588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 8713만원의 24.1배에 달했다(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보고서). 임원과 종업원의 업무 강도나 책임의 분량을 참작하더라도 이 정도의 차이가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주社主의 친인척이란 이유로 경영능력이 없는데도 임원 자리에 있는 자(세법상 '지배주주 임원'이라 함)가 많다는 점이다. 이들의 급여는 사주가 지배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데 이는 마치 자기 손으로 자기 급여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세법은 공정과 공평의 관점에서 지배주주 임원의 급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 직위에 있는 자들의 급여를 초과해 지급한 경우 그 초과금액은 이를 손금損金(비용)에 산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법인세법 제26조). 세금을 내고 가져가라는 얘기인데, 쉽지만은 않다.

말이 쉽지 비교가 가능한 다른 회사의 동일 직위에 있는 임원 급여를 찾아내는 게 어려울뿐더러 개인정보여서 알 길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세금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배주주 임원의 급여 문제는 제도적으로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배주주 임원이 회사에 기여한 것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챙겨간다면, 이는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회사의 수익구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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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회사, 종업원, 임원,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방안은 없을까. 프로 스포츠 구단의 샐러리 캡처럼, 회사 수익에서 인건비 비중을 정하되 임원, 특히 지배주주 임원의 급여는 '회사 수익의 몇 퍼센트 또는 해당 회사 일반 근로자의 평균액의 몇배 이내로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통제해 봄 직하다.

그 이상 가져가는 경우, 스포츠 구단의 경쟁균형기금처럼 초과액의 일정 부분을 '회사발전기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이를 종업원 복지로 사용한다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회사의 주인인 주주는 회사이익으로 배당을 받고, 경영능력이 없는 친인척은 임원에서 배제토록 하며, 임원과 종업원은 급여를 받고, 그러고도 남는 이익 중 일부는 법인세로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면, 샐러리 캡을 통해 나타나는 스포츠 구단의 선순환 효과를 회사에서도 기대할 수 있다. 어느 분야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있는 곳에 건강한 경쟁력이 넘쳐난다.

안창남 AnP 세금연구소장 | 더스쿠프

acnanp@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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