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처럼 긴 (슬플 비·悲)공식 아픔은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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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큰’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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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심플 그 자체다. 본능적인 캐릭터, 날것의 서사, 앞만 보는 전개로 논스톱 폭주한다. 한 눈을 팔면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기에, 틈을 주려 하지 않는다. 오롯이 범죄 느와르라는 장르적 뿌리 그것의 쾌감에 올인한다. 신예 메가폰다운 패기다. 눈 돌아간 ‘쇠 파이프 사나이’ 하정우는 노련하게 그 미션을 해낸다. 들끓는 감독과 베테랑 배우의 주전공 시너지로 완성된, ‘브로큰’(감독 김진황)이다.
‘형, 나 제대로 사고친 것 같아.’
다급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남긴 채 사라진 동생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것도 끔찍한 상태로. 하나뿐인 피붙이를 잃은 것도 참을 수 없는데, 시신의 상태를 보니 심상치가 않다. 분명 조직과 관련돼있다.
현재는 손을 씻었지만, 조직에 몸을 담았을 당시 그 영향력이 상당했던 민태(하정우)다. 모자른 동생이지만 아이처럼 형을 따랐고, 형은 그런 동생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조직으로 끌여들었다. 스스로 아는 건, 잘 하는 건, 그것뿐이니. 석태가 사고를 치면 뒷수습을 하고, 누구든 건들이면 반드시 응징했다. 폭력의 삶, 악행 속에서도 왜곡된 우애는 깊었다. 그 비뚫어진 진심은 변한 적이 없다. 그런 석태가 누군가에게 살인을 당했으니, 눈이 도는 건 당연하다.
답답한 경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조직을 뒤로 한 채, 형 민태는 추적에 나선다. 동생의 죽음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동생의 동거인 문영을 찾기 위해. 그 과정에서 소설가 호령(김남길)과 엮인다. 알고보니 그의 소설엔 문영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석태의 죽음이 담겨있다. 뻔한듯 뻔하지 않은, 확실한듯 확실한 게 없는,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민태는 그 복잡한 여정을 거침없이 뚫고 간다. 오로지 동생 ‘석태’만 생각하면서. 동생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막장 인생을 다시금 내던진다. 납치된 딸을 잃은 ‘테이큰’의 전직 요원 아버지, 사라진 동생을 찾아 나서면 폭발하는 ‘언니’나, 발레리나 절친의 죽음에 분노해 복수에 나서는 전직 경호원, 옆집 소녀를 구하러 직진하는 ‘아저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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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큰’ 하정우 스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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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추격자’ ‘황해’속 거친 얼굴을 오랜만에 꺼내놓는다. 그간 보여준 능글맞은 입담이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던 친숙함을 단 번에 삭제해버린다. 날것 그 이상의 카리스마로 극강의 스릴을 선사한다. 어쩐지 반갑고, 새삼 새롭고, 역시나 잘한다.
김남길 정만식 임성재 그리고 유다인은 단연 제 몫을 충실하게 해낸다. 주연같은 주변인으로 ‘미스터리’의 묘미를 맛깔스럽게 완성한다.
물론 장르적 쾌감 외 다른 요소들을 따져보면 불편한 구석이, 의문이 드는 지점도 적진 않다. 특히 문영의 서사에 몰입한다면 그 불쾌감이 극대화 될수도. 다만 이 모든 아쉬움과 질문들은 작품이 다 끝난 뒤 몰려온다는 점에서, 메가폰의 전략은 탁월했다.
애초의 악의 세계에서 시작된, 막장 인생들의 엔딩을 담는다. 그것을 (남성 중심의) 느와르 장르 안에서 클래식한 색깔로 그려낸다. 킬링타임 영화로서의 미덕, 추적극의 스릴을 고르게 갖췄고, 무엇보다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오글거리는 겉멋이나 속 빈 변주, 느끼한 양념은 없다. 단순하고도 명쾌하고 강렬하다. 애초에 해당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 아니라면 충분히 그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뼛속까지 팝콘 무비 그 자체다. 추신, 마침내 돌아왔군요...충무로의 흥행 보증 수표!
2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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