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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폭탄 들고도 보안 검색 통과…가방 연 순간 '펑', 비극 덮친 러 공항[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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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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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처참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22분쯤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내 입국장에서 테러리스트 2명이 폭탄이 들어있는 가방을 열며 비극이 시작됐다. 폭발로 인근에 있던 탑승객·외국인·택시 기사 등 시민 35명이 목숨을 잃었고 18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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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참혹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22분쯤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내 입국장에서 테러리스트 2명이 폭탄이 들어있는 가방을 열며 비극이 시작됐다. 폭발로 인근에 있던 탑승객·외국인·택시 기사 등 시민 35명이 목숨을 잃었고 18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불과 1년 전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자폭테러로 40명이 사망한 가운데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서 러시아 당국의 긴장이 고조됐다. 아울러 러시아는 당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2018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었기에 러시아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증대됐다.


사망 35명·부상 180명…"테러범 머리 떨어져 나가"

사건 당일 남녀 테러리스트 2명은 다른 공범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려서는 터미널 좌측에 있는 카페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이때 여성 테러리스트는 폭발물이 든 가방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방 안에는 'TNT 5~10㎏'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가진 폭발물이 있었고, 피해를 확대하기 위해 그 안에는 철제 파편도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보안 검색대를 쉽게 통과했고 사람이 붐비는 입국장 대합실로 들어갔다.

테러범은 사람들 사이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다 이내 가방을 열었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다.

퀴퀴한 먼지로 뒤덮인 입국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모데도보 공항은 모스크바 3개 공항 중 가장 혼잡한 곳으로, 사건 당일에도 수천 명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을 마중 나온 시민·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들과 여객기로 향하던 탑승객 등 35명의 시신이 처참히 이곳저곳 널브러졌다. 180여명의 부상자도 강력한 폭발로 공중으로 솟구치거나 나뒹굴었다. 생존자들은 현장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비상구를 찾아 달렸다.

여성 테러범과 동행한 남성 테러범은 폭발과 함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수사당국은 "아랍계통 외모를 가진 30~35세 정도의 남성 머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범인, 북캅카스 지역 출신 2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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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24일 러시아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입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희생자의 시신 한 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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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러시아 남부 북캅카스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북캅카스 단체는 체첸 반군 혹은 다게스탄·잉구세티아 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 세력으로, 제1차 체첸전쟁(1994~1996) 이후 러시아에서 끊임없이 테러 공격을 이어왔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체첸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체첸 출신 여성들, 이른바 '검은 과부(Black Widows)'가 자살폭탄테러를 일삼았다. 이들은 폭발물이 붙어있는 조끼를 입고 폭발 버튼을 누르며 자폭했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에서는 폭탄 띠를 몸에 두른 검은 과부들이 인질극을 벌이면서 130여명이 희생됐다. 2005년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과 공항 테러 불과 1년 전 발생한 2010년 지하철 연쇄 자폭테러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연방 수사위원회는 사건의 범인을 북캅카스 지역 자치공화국 출신 20대 남성으로 발표했다. 체첸 반군 지도자가 자신이 남성 폭탄 테러범을 모스크바에 보냈다는 내용의 비디오를 올리면서다. 다만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사건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당국은 테러리스트들이 외국인들을 겨냥해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사망자 중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 출신이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는 당시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2014년 동계 올림픽 △2018년 월드컵 등 큼지막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테러 집단이 외국인 상대로 폭탄 테러를 벌임으로써 러시아를 국제 사회 내 위험 장소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빅 이벤트' 앞두고 있던 러시아…거세진 정부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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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공항 테러 소식을 접한 후 자택에서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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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테러로 러시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모든 공항과 대형 교통 시설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고, 방문 예정이었던 세계경제포럼(WEF) 방문 계획도 취소했다.

다음 해(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도 테러 세력에 보복할 것을 표명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정부가 공항 테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 한 의원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내무부(경찰), 교통부 등이 이번 테러에 책임져야 한다"며 "집단적 무책임성이 공무원들의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테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테러범들이 공항 보안을 손쉽게 뚫을 수 있었다는 점도 문제시됐다.

니콜라이 신초프 국가 반테러위원회 대변인은 "공항의 보안 조치가 불충분했다"며 "모든 곳에 금속탐지기가 다 설치되지 않았고 어떤 탐지기는 고장 난 상태였다. 공항 출입이 사실상 자유로웠고 누구든 검색받지 않고 안으로 가방을 들고 들어올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보안 유지에 명백한 위반이 있었다"며 "공항 관계자를 포함해 이와 관련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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