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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최윤범의 묘수 통했다…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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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MBK 이사회 장악 저지

최윤범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 성공

임시 주총은 승리했지만 공방 불씨 여전

영풍·MBK, 최윤범 상대 법적 소송 예고

노컷뉴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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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무산시키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분쟁 넉달여 만의 결과로,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꺼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가 묘수로 통했다.

다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의 조치가 위법하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 임시 주총은 일단락됐지만, 양측 간 법적 소송 등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이사수를 19명 이하로 제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표결에서 출석 주주 73.2%가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 반대표는 26.4%, 기권은 0.6%였다.

이사수 상한 설정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전략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필승 카드'로 꼽혔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는 12명으로 그중 최 회장 측이 11명, 영풍·MBK 측은 1명이다. 영풍·MBK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을 가져오려면 최소 11명의 신규 이사 선임이 추가로 필요하다. 앞서 영풍·MBK 측이 이사 14명의 신규 선임 안건을 상정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사수 19인 상한' 안건이 이날 통과되면서 최대 선임할 수 있는 이사수는 7명으로 확정됐다. 이 자리를 영풍·MBK 측 인사로 모두 채워도 최 회장 측 11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 회장의 구상대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이사수 상한 설정 안건이 통과한 데에는 최 회장의 반격이 주효했다. 임시 주총 하루 전날인 22일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최 회장 등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모회사·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다. 이를 근거로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

최 회장 측의 일격으로 영풍이 갖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25.4%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도 과반에 가깝던 46.7%에서 15%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 회장 측이 보유한 의결권 지분율이 39.16%임을 감안할 때 순식간에 판도가 바뀐 셈이다.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이사수 상한 설정 안건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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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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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이 추진해온 집중투표제도 역시나 76.4%라는 높은 찬성률로 임시 주총의 문턱을 넘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수 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특별관계인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제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최 회장 측의 노림수로 최대 분수령이던 임시 주총에서 승리를 쟁취했지만, 양측의 경영권 분쟁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 회장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에 반발한 영풍·MBK 측의 반격으로 싸움은 초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실제로 영풍·MBK 연합은 이날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자 "상법상 해당 규정은 국내 법인과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들며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인 SMC는 그 대상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은)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며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영풍·MBK 측이 이른 시일 내 법원에 이번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할 걸로 보고 있다. 영풍·MBK 측에서 공정거래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포함해 SMC가 영풍 지분을 취득한 건 배임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최 회장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전해진다.

최 회장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치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다"며 "더구나 SMC는 유한책임회사 혹은 유한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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