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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6 (일)

“국회의원 올해 설날 떡값 425만원”...국민은 명절에 한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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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2대 국회의원 배지.[연합뉴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속에서 주목받은 영화 ‘하얼빈’에서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해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만들어 식민지배 기틀을 세운 이토 히로부미의 극중 말이다.

영화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300년 전 임진왜란 당시를 예로 들자 대화를 나누던 부관은 그때는 이순신이라는 장군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지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렇지만 이 백성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해방이후 전쟁과 가난을 딛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어리석은 왕’ ‘부패한 유생’ ‘받은 것도 없으면서 힘을 발휘하는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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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 속 이토 히로부미. [사진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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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이 지나 2025년 을사년이다. ‘어리석은 왕’ ‘부패한 유생’ ‘받은 것도 없으면서 힘을 발휘하는 백성’.

민족의 명절 설날을 앞두고 국민들은 또 한번 흔들리는 나라에서 고통을 받으면서도 나라를 지켜야하는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경제지표를 보면 국민의 고통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1%로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다. 연간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인 2.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자영업자 5명 중 4명은 “설 연휴에도 장사 한다”와 일반 시민 절반은 “연휴 때 집에서 쉬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회의원은 명절 휴가비로 약 850만원(설날·추석 약 425만원씩)을 받지만, 일반 국민은 추석이나 설날에 정부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 1억5690만원...예산 인상됐지만, 국회사무처 동결 집행
올해 국회 예산 중 의원 세비에 해당하는 수당, 상여수당, 경비 등은 1.9% 인상됐지만 국회사무처는 집행과정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세비는 매달 지급되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등 수당과 1년에 2차례 지급되는 정근수당, 설·추석에 지급되는 명절휴가비, 그리고 정액 특정업무경비로 분류되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등으로 구성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해 4월에 낸 자료를 보면 국회의원 300명에게 세비 외에 사무실 운영비, 출장비, 보좌진 급여 등으로 지급하는 돈은 4년간 1조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1인당 연평균 32억원씩 예산이 투입된다. 지나치게 많다는 평가가 많지만 정쟁 중에도 여·야는 세비 삭감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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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 [자료=국회사무처]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명절휴가비외에도 수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은 공무상 출장 시에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무료로 타고 다니고 공항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한다. 그리고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 등 병원의 기본 진료는 무료이며 가족들도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회사무처는 “의원회관내 병원은 국회 직원 및 국회출입 기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로 일하다 지난해 별세한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은 “우리 국민은 국회의원들의 비상식, 몰염치, 특권 의식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며“현장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강렬히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의원의 월급은 400만원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세전 1억5700만원에 달하는 국회의원 세비를 줄이자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김홍신 전 국회의원(소설 ‘인간시장’ 작가)도 “국회의원 연봉은 중앙부처 과장급 연봉보다 많으면 안 된다. 국회의원의 명예와 권위는 돈으로 치면 몇억원도 넘는다”며 “나도 4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故 장기표 원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치개혁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세비도 조정하고, 중대선거구로 할지 여부 등 정치개혁 문제도 다루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당은 그 위원회에 사람을 파견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특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게 안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원 연봉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 동결...일본 코로나시기 자진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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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의 의결정족수를 재적 과반(151석) 이상으로 정하고 투표 개시를 선언하자 의장석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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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원의 연봉은 상·하원 모두 17만4000달러(약 2억5000만원)로 같다. 사무실 운영비, 교통비, 직원 급여, 건강 보험 등 부가 지원도 받는다.

미국의 대다수 공무원은 연방정부가 의무화한 ‘생활비 조정제도(COLA)’에 따라 매년 급여가 물가상승률에 연동돼 인상된다. 그런데 의회는 지난 15년 동안 ‘의원 급여는 COLA의 적용을 받지 않고 동결한다’는 내용을 예산 지출 법안에 포함시켜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9년 성난 유권자 민심을 달래고 고통 분담을 하는 차원에서 연봉 동결을 결의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가 마비되는 ‘셧다운’을 앞두고 마련한 임시예산안(CR)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 처리했지만 오히려 의원들이 문제를 삼는 일까지 벌어졌다. 내년도 의원 연봉을 올해보다 3.8% 인상하는 내용이 들어가 양당에서 이를 문제 삼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문제 삼으면서 셧다운을 불과 사흘 앞두고 예산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특히 경합 선거구 의원들이 급여 인상에 따른 유권자 반발을 두려워한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의 15년간의 연봉 동결은 해마다 꾸준히 자신들의 연봉을 올려온 한국 국회와 크게 대비된다.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올해 작년과 같은 1억5690만원으로 지난 2009년(1억1300만원) 대비 38.5% 인상됐다.

한편 주요 국가의 의원 연봉을 살펴보면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고통 분담 차원으로 연봉이 약 20% 삭감돼 기본 연봉이 2172만8000엔(약 2억21만원)이다. 영국 하원의원 8만6584파운드(1억5380만원) ,독일 13만4726유로(2억138만원), 호주 연방 국회의원 21만1000호주달러(1억906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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