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헌재 탄핵재판 출석] 尹-김용현, 내란행위 전면 부인
金 “정치인 체포 명단이 아니라…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들” 주장
尹 “포고령에 전공의 왜 넣었냐 해”… 金 “말씀하시니 기억난다” 맞장구
尹측 “의원 아닌 요원 빼내라 한것”… 野 “또 ‘바이든-날리면’ 식의 궤변”
헌재 ‘최상목 계엄 쪽지’ 증거 채택… 金, 국회 측의 반대신문 거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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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위)이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아랫줄 왼쪽)을 직접 신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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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국가세력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라고 몰아서 국방 책임자들을 구속한 데 이어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입니다.”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증인신문 직전 이같이 진술했다. 옆 좌석에 앉은 윤 대통령은 눈을 감은 채 경청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21분 동안 이어진 4차 변론기일에서 계엄을 정당화하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계속 반복됐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3차례 직접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핵심 탄핵 사유로 지목된 이른바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계엄포고령 1호’를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을 엄호했다. 반면 국회 측 반대신문에 응하지 않겠다고 해 약 7분간 재판이 중지됐다가 재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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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의원’ 아닌 ‘요원’ 끌어내라 한 것”
김 전 장관은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측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 체포 명단을 알려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체포 명단이 아닌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들’”이라며 “이들의 동정을 잘 살피라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을 김병주 국회의원이 의원들을 빼내라고 한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죠?”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군 지휘관들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혐의가 적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또 ‘바이든-날리면’식 기만 전술이냐”고 이날 비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이 궤변을 늘어놓으며 또다시 국민과 헌정 체제를 기만했다”며 “계엄군 측 요원을 빼낼 작정이었다면 애초에 왜 국회로 계엄군을 끌고 온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협잡으로 기만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 尹 “실패한 계엄 아니라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실패한 계엄’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국회 측 질문에 “국회의 패악질에 대해 국민들께 경종을 울렸단 측면에서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김 전 장관에게 국무회의 관련 질의를 하는 도중 끼어들며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도 “비상계엄은 처음부터 ‘반나절 계엄’이었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저나 장관, 군 지휘관 등의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그것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며 “그런 전제하에 비상계엄 조치를 했고, 그에 따라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이동을 지시한 것이다. 병력 이동 지시는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 金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아이디어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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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스크린에 ‘비상입법기구 쪽지’가 보이고 있다. 이날 헌재는 이 문서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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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직전 최상목 부총리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모(쪽지)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것 아니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민생 관련 법안이 거대 야당에 막혀 정지된 상태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셨던 게 기억나서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최 부총리에게 쪽지를 건넸는가”라고 묻는 질문엔 “직접 건네지는 못하고 실무자를 통해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후 들어와서 저한테 ‘참고하라’며 접은 종이를 줬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형두 재판관이 직접 김 전 장관에게 쪽지 작성 배경을 묻자, 이번엔 윤 대통령이 나서 김 전 장관을 옹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존재를 부정하는 내용이라면 계엄에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은 아닌 듯하다”며 “기재부 장관에게 주무 부처 장관이 전달했다는 건 예산의 틀 안에서 일하겠다는 취지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쪽지를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측이 “모르는 서면”이라며 부동의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尹 “포고령은 상징적으로 둔 것”
김 전 장관은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등 ‘국회 장악’ 의도가 담겨 탄핵 사유로 지목된 계엄포고령 1호 역시 자신이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직접 관사에서 워드로 작성한 것인가”라는 윤 대통령 측 신문에 “그렇다. 과거 계엄령 문건을 참고해 작성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포고령 작성 경위를 직접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1일 또는 2일 밤 장관이 관저에 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어차피 계엄이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 어렵지만 국가비상상황이 초래돼 포고령 1호가 상징적이란 측면에서 놔두자고 했는데 기억이 나느냐”고 물었다. 이어 “전공의 (미복귀 시 처단) 부분을 왜 집어넣느냐고 물으니 ‘계고한다는 측면에서 뒀다’고 해 웃으면서 놔뒀는데 그 상황은 기억하고 있는가”라고 재차 묻자 김 전 장관은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징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4일 대통령실을 찾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체포하려 했느냐고 항의하자 “포고령 위반이니 그랬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 역시 지난해 12월 29일 포고령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주민 의원, 한 전 대표를 계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尹 “질서 유지와 상징성 차원에서 군 투입”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봉쇄나 침투가 아닌 ‘질서 유지’였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윤 대통령이 봉쇄에 필요한 병력보다 훨씬 적은 280명 투입을 지시한 점 △계엄군이 실탄을 개인 휴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장관님 보시기에 특전사 요원들이 국회 본관 밖 마당에 있었냐, 아니면 본관 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냐”고 묻는 등 최소한의 병력이 투입됐다는 주장을 부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국회 독재가 이런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며 질서 유지와 상징성 차원에서 군 투입했잖아요”라고 질문하며 답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측이 “병력이 민주당사와 (여론조사업체) ‘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이 화들짝 놀라 중지하라 지시했죠?”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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