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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우클릭’ 나선 이재명…기본사회 대신 기업 주도 성장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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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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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사회’ 공약 대신 중도·부동층을 겨냥한 ‘민간 주도-정부 지원’ 방식의 성장 담론을 앞세워 지지층 외연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년간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시대착오적 친위 군사쿠데타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고 상실됐다”며 “이제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및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층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고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 대표는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대여 공세’에 집중하기보다는 내란 사태 이후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기업 활동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재계의 찬반이 갈리는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두고도 “저의 기본적 입장은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며 “설 이후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기에 판단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친기업’에 방점을 찍은 이런 성장 전략은 중소기업·노동자를 위한 경제 정책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 ‘소득 주도 성장’보다는 오히려 낙수효과를 강조하는 보수 정부의 성장 전략 쪽에 더 가까운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사회 공약까지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당장 ‘정치 철학이 너무 빨리 바뀐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다. 이 대표가 이날 강조한 ‘성장’과 ‘실용주의’가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시한 ‘먹사니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여전히 “기본사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제 토대가 훼손되고 있어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과 조기 대선을 겨냥해 외연 확장을 노리고 기조 전환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되자, 국무위원들에 대한 잇단 탄핵 등 강경 일변도의 대응에서 탈피해 민생·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강조하며 중도·부동층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란 얘기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중도층 등을 향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런 우클릭 행보에 노동계에선 “결국 ‘기업 중심’이라는 구호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성장 전략을 암시한 것과 다름 아니다”(한국노총)라며 의구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민주당에선 일단 공개적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가 이날 기조 변화에 따른 세부 정책까지 공개한 것은 아닌 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정치적 위기와 경제적 위기 상황 속에서 기본사회라는 논쟁적 부분은 후순위에 배치해 속도조절을 한 것 같다”며 “이재명의 실용은 성장뿐 아니라 민생을 같이 가져가기 때문에 기본사회 기조가 완전히 후퇴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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