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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 (화)

‘미국이 돌아왔다’ ...싹 바뀐 트럼프 백악관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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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하면 군헬기ㆍ전투기ㆍ경례ㆍ성조기ㆍ흰머리수리 등 35초 동영상 자동플레이

스페인어 버전 사라지고, “기후 극단주의 정책 끝내겠다”

동영상 속 트럼프는 액션 히어로(hero)와 냉정한 CEO의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20일 정오부터 백악관 웹사이트(whitehouse.gov)도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 백악관 웹사이트를 클릭하면, 마치 영화의 트레일러 같은 동영상과 사운드가 자동 플레이 된다.

트럼프의 백악관 웹사이트에 처음 접속하면 자동플레이 되는 동영상

작전 중인 군 헬기들의 블레이드가 내는 소음과 함께 시작해 트럼프의 많은 경례, 백악관 상공을 나는 전투기 편대 비행, 미국의 국조(國鳥) 흰머리수리가 나는 모습, 트럼프의 연설 집회, 특유의 날카로운 서명체가 소개된다. 웃는 모습은 없다. 그리고 트럼프가 그의 상징적인 제스처인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걷는다.

동영상 속 트럼프는 ‘액션 배우 주인공’과 냉정한 CEO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평했다.

조선일보

트럼프 백악관 웹사이트의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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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초의 동영상이 끝나면, 검은 배경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이라는 대문자 메시지와 함께, 트럼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첫 화면이 뜬다. 그 아래에는 “매일 나는 온몸의 호흡을 다해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여러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된 미국을 이뤄낼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다”고 쓰였다.

뉴욕타임스는 웹사이트 담당자들이 20일 낮 트럼프가 미 의회의사당 중앙홀(Rotunda)에서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하는 순간까지 마무리 작업을 했고, 이후에도 종일 미세 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내용도 확 바뀌었다. 바이든 백악관 웹사이트에 있었던 “기후 위기에 대처한다”는 문구는 사라지고, “기후 극단주의 정책을 끝내겠다”는 문구가 들어섰다. 바이든 백악관 웹사이트는 마지막까지 “역사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했다”고 했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웹사이트는 “미국은 더 이상 외국 기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바이든 백악관 웹사이트는 연락처에 성(性)의 다양성을 존중해서 ‘그들(they/them)’을 추가했지만, 트럼프 백악관 웹사이트엔 ‘he’와 ‘she’만 있다. 스페인어 버전도 사라졌다.

빌 클린턴 대통령(1994~2001년 재임)때 처음 등장한 백악관 웹사이트는 이후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마치 백악관 집무실과 주거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처럼 계속 개편됐다. 클린턴은 재임 중 5차례 백악관 웹사이트를 바꿨다.

조선일보

다섯 번째 개편한 빌 클린턴의 백악관 웹사이트/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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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에 보관돼 있는 클린턴 시절의 웹사이트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수십 년 전의 블로그 느낌이 역력하다. 이 웹사이트는 클린턴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재임 중 딱 두 번 이메일을 써봤다고 말했다. 이 백악관 홈페이지는 또 “WWW(월드와이드웹)이라는 인터넷 상의 서비스를 통해서 전세계 사람들이 백악관 자료를 찾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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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20일 트럼프 1기 백악관(위)에서 바이든 백악관으로 바뀐 웹사이트 모습./National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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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전까지 백악관 웹사이트는 ‘한 약속, 지킨 약속(Promises Made, Promises Kept)’이라는 제목 하에 트럼프의 성과를 알리는 내용이 첫 화면에 떴다. 그러나 그날 오후엔 바이든이 대형 성조기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연단에 서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개편된 트럼프 백악관 웹사이트는 “모든 것이 매끈하고 간결하고 권위적”이라며, 개편된 웹사이트를 살펴 보는 것이 재등장한 다이어트 코크 호출 버튼이나 낸시 레이건이 처음 깔았다는 집무실 카펫보다 트럼프 2기에 대해 더 통찰력을 준다고 평했다.

즉, 트럼프 1기가 내부의 자체적인 혼란과 리버럴 진영의 경멸 속에서 시작했다면, 트럼프 2기는 훨씬 매끄럽게 시작하고 있다는 게 웹사이트 개편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기득권층의 트럼프에 대한 저항은 별로 없다. 8년 전 캘리포니아 주는 반(反)트럼프 낙서로 가득한 ‘저항의 주’였지만, 지금 미국 민주당 진영은 체념과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는 분위기, ‘트럼프 2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사로잡혀 있다.

트럼프의 백악관 웹사이트는 ‘트럼프 2기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고, 싸울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페이스북의 백악관 계좌에 취임식 날 게재된 것도 “어떠한 것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란 문구였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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