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날개가 된 것은 인공지능(AI) 시장 급성장과 맞물려 고부가가치를 입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칩이다. AI 가속기 가동에 필수다. HBM 주도국은 한국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이 글로벌시장의 90%를 차지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전에 없이 탄탄한 위상이다.
이번 호실적은 ‘반도체 한국’ 저력을 재확인하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PS) 지급률을 1500%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미 지급된 금액을 합치면 전체 보너스 규모는 1920%로 불어난다. 다들 연봉보다 더 두툼한 보너스를 챙기는 것이다. 협력사, 지역사회 등도 혜택을 보게 마련이다. 더 열심히 뛰고, 더 높이 날아야 한다. 그래야 다 함께 번영을 노래할 수 있다. 전후방 연계 효과 또한 커지게 된다.
국가 경제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새해 수출 전망부터 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에서 높아질 보호무역 장벽은 경제 버팀목인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HBM 대중국 수출통제 방침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물량 대부분을 미국에 공급해 현재로선 큰 걱정이 없지만, 장기적으론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규제와 중국 대응으로 첨단 산업 시장이 위축되고 국제 공급망이 뒤틀리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로 잠재성장률(2.0%)에 턱걸이했다. 가장 취약한 고리인 정치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미래도 낙관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로 인해 수출 외바퀴로 굴러가고 있다. 이 또한 즉각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보다 나아질 게 없다는 것이다. 한술 더 뜨는 관측도 있다. JP모건은 1.3%, 씨티는 1.5%를 예상한다. 자본시장연구원도 1.6% 성장을 전망했다.
‘트럼프 스톰’을 위시한 통제 불가능한 변수 때문에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꺾이면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등의 분발만 바랄 때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머리를 맞대고 수출 경쟁을 도울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AI 열풍 속에 국가대항전 양상이 노골화된 반도체 분야가 급하다. 우리가 우위를 점한 첨단 산업에서마저 경쟁력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반도체 한국’ 전통이 이어지도록 더 늦기 전에 할 일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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