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소프트뱅크 투자 소식에
"돈 없을텐데" 공개적으로 딴지
친분 있는 오라클 언급은 안해
일각선 "트럼프와 불화"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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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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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성과로 자랑한 인공지능(AI) 사업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현지 매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매체들은 머스크가 사업 참여자와 다투고 있지만 동시에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다며, 벌써부터 트럼프와 사이가 벌어진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머스크, 스타게이트 저격 "돈 없다"
테슬라와 우주기업 스페이스X, AI 기업 'xAI'의 CEO를 겸직하는 머스크는 21일(현지시간)에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스타게이트' 사업을 언급했다. 이날 미국 AI 기업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일본 IT·투자 기업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만났다. 3사 수장들은 AI 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합작 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해 4년에 걸쳐 5000억달러(약 718조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해당 소식을 전하는 글에 "그들은 그만큼 돈이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22일 새벽에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자금은 100억달러 미만이다. 믿을 만한 소식통에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과거 테슬라의 임원을 지냈으며 평소 친분이 있는 엘리슨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픈AI의 올트먼은 즉각 반응했다. 그는 X에 글을 올려 머스크를 겨냥해 "나는 당신의 성취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당신이 우리 시대에 가장 영감을 주는 사업가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나 올트먼은 소프트뱅크의 현금에 대한 머스크의 주장이 틀렸다면서 이미 스타게이트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가 공사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를 위한 대단한 일이 항상 당신 회사에 최적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당신이 새 직위에서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머스크는 같은날 X에 올라온 다른 스타게이트 뉴스에 "이건 가짜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글의 댓글 창에 "샘 올트먼은 사기꾼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스타게이트의 자금 조달 가능성을 의심하고 오픈AI 및 올트먼을 비난하는 다른 게시물들을 연속으로 자기 계정에 걸었다.
머스크는 지난 2015년에 올트먼 및 다른 전문가 3명과 오픈AI를 설립하면서 인류를 위한 안전한 AI 개발을 위해 회사를 비영리로 운영하자고 약속했다. 머스크는 2018년에 지분을 정리하고 조직을 떠났으며, 올트먼은 이듬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받아 법인을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2023년 7월에 영리를 추구하는 AI 기업들에게 대항하겠다며 xAI를 설립했다. 그는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오픈AI와 법정 다툼을 벌였고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머스크가 현재 올트먼을 "경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심기 건드릴까?
WSJ에 따르면 비상장기업인 오픈AI는 지난해 10월에 약 7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라클이 가진 현금은 11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소프트뱅크가 당장 손에 쥔 현금도 약 300억달러에 불과하다. 오픈AI 출신 직원들이 세운 다른 AI업체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도 인터뷰에서 스타게이트 투자에 대해 "약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돈이 연관돼 있고 그중 얼마나 투입되기로 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머스크와 올트먼의 다툼보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불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부한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되어 사실상 실세로 불린다. 트럼프는 취임 다음날 첫 발표에서 스타게이트 사업을 자랑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업에 대해 "새로운 정권하에 미국의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선언하는 기념비적인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글이 "트럼프 정부와의 첫 공개적 단절"이라면서 "고위 정책 관리가 대통령이 주도하는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기존 참모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머스크가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목소리가 크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는 지난달 정치 집회에서 머스크가 사실상 대통령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에 "그가 대통령직을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난 똑똑한 사람을 두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과 그 CEO들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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