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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검은 수녀들', 시도는 좋았으나 [무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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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검은 수녀들 리뷰 송혜교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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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신선한 시도는 맞는데, 기대했던 만큼의 맛은 아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수녀들'(연출 권혁재·제작 영화사 집)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악령에 사로잡힌 희준을 구하기 위해 나선 유니아(송혜교) 수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녀가 무슨 구마의식이야"라는 종교계의 편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유니아 수녀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금지된 의식을 준비한다.

그런 유니아 수녀를 바라보는 정신과 의사 바오로(이진욱) 신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악령은 존재하지 않으며, 희준의 상태 역시 정신질환의 일종이라 치부한다. 그런 그의 제자인 미카엘라(전여빈) 수녀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등을 돌릴지라도, 유니아 수녀는 오직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희준을 위해 모든 것을 건다. 결국 그의 행보는 미카엘라의 마음도 돌린다. 모두가 외면할지라도, 기꺼이 그곳으로 향하는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과연 소년을 구할 수 있을까.

'검은 수녀들'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의 후속편이다. '구마 의식을 행한다'는 큰 틀을 가져오면서도, 전편이 허가받은 사제들의 구마의식이었다면 '검은 수녀들'은 모두가 외면하는 금지된 의식을 치르는 수녀들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그런 유니아 수녀를 향해 사제들은 "서품도 못 받은 수녀 주제에"라는 편견 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럼에도 유니아 수녀는 기꺼이 자신만의 신념 하나로 끝까지 금지된 의식을 치른다. 이는 작품을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이자, 메시지다.

그러나 전편 '검은 사제들'에서 느꼈던 오컬트 장르의 짜릿함을 예상해선 안된다. '검은 수녀들'은 조금 더 묵직하게 신념과 고뇌, 인간적인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악령과 구마에 집중하기보단 이들이 금지된 의식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낸다.

'과정'을 조명하다 보니 중반부가 늘어진다. 미카엘라의 전사부터 바오로 신부의 과거사까지 쏟아지며 악령과 의식 그 자체에 집중하기 어렵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후반부 구마의식은 꽤나 긴 분량을 차지하지만, 이렇다 할 임팩트는 없다. 계속된 성수 샤워와 "네 이름을 말해" 장면들만이 반복된다.

게다가 '검은 사제들'이라는 전무후무한 히트작으로 인해 어느 장면을 봐도 이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 장면들이 오마주처럼 등장하지만, 결국 '검은 사제들'의 그림자라는 인상을 준다.

또한 '검은 사제들'이 구마 의식을 행하는 '종교인'의 이야기였다면, '검은 수녀들'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여성들'로 그려졌다는 점이 아쉽다.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지만, 결국 '수녀들'이기 이전에 이들이 '여성'임을 떠올리게 한다. 초반부 여성으로서 종교계에서 받는 차별과 연결돼 다소 떨떠름해진다.

'검은 수녀들'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송혜교는 흡연부터 욕설까지 거침없는 연기 변신을 펼쳤다. 건조한 송혜교 표 유니아 수녀는 신선하지만, 구마의식을 이끌어가며 요동쳐야 하는 감정선이 끝까지 고요하니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진다.

악령에 빙의된 소년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은 아역배우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살벌한 빙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앞서 '검은 수녀들'에서 보여준 박소담의 역대급 투혼과 떨어뜨려놓고 보긴 어렵다.

다만 송혜교와 전여빈의 '워맨스 케미'는 매력적이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유니아 수녀와 가슴속 불을 간직한 미카엘라가 충돌하며, 서로 같은 온도가 되는 순간이 울림을 준다.

여기에 종교와 함께 연대하는 무속신앙 역시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겨우 한 끗 차이로 공존하는 이들의 관계성이 한 자리에 모여 끝내 연대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특히 박수무당을 연기한 배우 신재휘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14분이다.

◆ 기자 리뷰 한줄평 : 쫄보 예비 관객들, '검은 사제들'보다 안 무섭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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